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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센던스’ : 상상할 수 있는가 기술의 발전을 목격하면서,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란 상상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다만, 기계가 '욕망'이란 것을 가질 수 있는가. 늘 욕망을 가진 인간이 최첨단 기계를 장악함으로써, 기계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시도하는 자의 도구가 되었을 뿐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인간이 곧 기계가 된다는 설정은 상상할 수 있는데, 그동안 상상해보지 않은 이야기였다. 영화 '트랜센던스' 이야기다. 이 영화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술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세상의 변화(어쨌든 더 나은 환경과 인간의 삶을 위한)를 이야기한다는 것도 새로웠다. 파괴가 아니라 변화를 꿈꾸고, 새로운 성장과 치유를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목적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기계가 된 .. 더보기
필로미나의 기적 영화 (Philomina, 2013)은 한 사람의 인생에 수많은 역사와 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그건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관객에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이 영화는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 필로미나(주디 덴치 분)가 50년 뒤 아들을 찾아나선다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휴먼스토리'를 기사로 쓰려는 전직 BBC 기자 마틴 식스미스(스티븐 쿠건 분)가 등장해 이 스토리에 점점 살을 붙여준다. 사실 이 스토리는 두 사람이 완성해 간다. 그런데 '필로미나의 기적'이라고 이름이 붙은 건(원작은 필로미나지만) 그의 선택이 이 스토리의 총제적인 진실을 세상에 드러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는 .. 더보기
"폭력을 삼킨 몸은 목석같이 단단한 것 같지만 자주 아프다" 출퇴근 길에 지나는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붉은 장미가 피었다. 꽃집에서 파는 봉긋한 장미가 아니라, 꽃잎을 최대한 펼쳐보이는 새빨간 들장미다. 이 장미가 피는 걸 보니, 초여름이다. 시간도 멈추고 삶도 멈춘 것처럼 느껴지더니 그 장미의 색이 너무 붉었던 모양인지 그래도 시간은 흐르는 구나, 라고 체념처럼 헛헛한 말이 새어나왔다. 박완서의 단편소설을 엮은 (문학동네, 2013)에 라는 단편이 들어 있다. 라는 단편집에서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에 '문학적 건망증'이란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그 말처럼, '문학적 건망증'이란 단어만 살고, 나머지는 기억 저편에 있다. 라는 글도 읽었던 기억만 있을 뿐 내용을 재생해보라 하면, 기억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읽.. 더보기
세월호 참사 後 기고·칼럼·인터뷰 모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그 충격과 슬픔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걸 다 잊어버릴까, 이대로 지나가 버릴까 걱정도 됩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회학자, 정신과전문의, 작가, 행정전문가, 법률가, 교육자 등 전문가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어떤 점을 지적하고, 어떤 점을 성찰해야 하는지를 되짚어 보기 위해 인터뷰와 칼럼, 기고들을 스크랩했습니다. 기록해서 기억하고, 질문해서 알고, 느끼고 행동하기 위해서입니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주간경향, 한겨레21 각 매체의 기사의 일부를 인용했으며, 원본은 제목의 링크를 따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단독]표창원, “선장은 지금 책임 피할 생각만 할 것···정부 책임은.. 더보기
허브농장에서_원주 허브팜 서울을 벗어난다는 기쁨, 그것이 가장 먼저였다. 날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4월의 하루. 약간 쌀쌀한 듯한 느낌을 내포하고 있는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영동선 원주행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강원도의 원주에 도착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지라 큰 건물 곳곳에 걸개그림이 걸렸다. 원주 시내는 큰 극장과 큰 커피전문점, 그리고 지역 맛집들이 들어선 상가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한우'를 파는 식당이 많아, 여기도 '강원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에는 허브팜이라는 농장이 있다.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강릉원주대학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30~40분 정도 걸리고, 티머니나 신용카드 교통카드로도 승차할 수 있다. 파란색 버스를 타고 원주 시내를 빠져 나와 허.. 더보기
2014, 봄, 벚꽃 2014. 3. 30. 서울, 여의도. 2014.4.1 서울, 남산 더보기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은 1957년 미국 배심원 제도를 다룬 법정 영화다. 살인 혐의를 쓴 18살 소년에 대한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이 유무죄를 두고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화는 재판 과정이나 소년에게 실제 벌어졌던 상황을 보여주지 않고, 배심원들의 말을 통해서만 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배심원은 사람이다. 곧 12명이 같은 재판에서 같은 증거를 보고, 같은 증인의 말을 듣고 검사와 변호사의 발언들을 같이 들었음에도 판단의 근거는 저마다 다르게 가지게 된다. 영화는 11명의 배심원이 유죄라고 판단하고 1명이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만장일치'가 나오기까지 이들은 토론을 벌이게 된다. 유죄에 가까워보이는 정황과 증거,.. 더보기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또록 또록, 눈물이 맺히는 문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경험하지 않은 시대의 아픔이, 너무나 선.명.했다. 공선옥 작가의 에선 마음에 맺히는 '한 줄'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한 문장이 바로 다음 문장을 불러냈고, 그 문장들은 슬픈 노래의 연속이었다.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2013, 창비)에는 정애와 묘자, 두 여성의 삶이 그려진다. 1970년말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때 시골과 1980년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났던 광주를 배경으로 정애와 묘자의 삶이 어떻게 '흔들리고 찢어지고 슬픔이 되는지'를 그린 소설이다. 시대배경을 강조하지 않고, 개인의 삶이 세세하게 묘사되는데도 자꾸만 그 삶이 안타깝고 그 시대가 아프다. 가난한 시골에서 정애가 이웃들에게 약탈을 당하고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데리고 도시로 나오기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