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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가을 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밤 시애틀에 온 지 나흘째. 시애틀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와네치란 도시에 와 있다. 와네치는 인디언의 이름이었다고 하고, 이 도시의 분위기는 고풍스럽다. 단층 벽돌 건물들 위로 사막같은 민둥산이 보이고, 이곳은 또한 사과가 유명하단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 눈에 영상처럼 맺혔다가 이내 현실이다.) 시애틀의 9월은 보통 여름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흐린날이 많았다고 했다. 나의 시애틀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면, 내게는 곧 시애틀의 9월의 날씨는 '이렇게'만 기억될 것이다. 아침엔 가는 비를 머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밤이 될수록 검은 구름이 땅을 향해 내려앉고, 그리고 그에 알맞게 산책하고 싶게 만드는 '길'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도시. 시애틀,.. 더보기
남아공 '미디어법정' 논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연합(ANC)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법정'이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언론계뿐만 아니라 해외 통신사와 지식인들까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나서는 모양새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언론을 탄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논란의 불길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지만, 새로운 언론법이 무산될지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주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로 인해 언론인들이 감옥에 가거나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남아공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 1일 AFP·AP·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이 ANC가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법정’ 설치 및 새로운 정보 관련.. 더보기
5월 감상 1. 미자가 사람들 앞에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했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 오래된 장면을 이야기하는 미자는 눈물을 보였다. 환갑을 앞두고 우리 엄마도 내게 엄마가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을 말한 적이 있다. 스무몇살의 기억보다도 더 생생하게 남아있노라며, 손자의 나이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머릿속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도 미자의 기억과 비슷했다. 마루에 누워 따뜻한 봄햇살을 쬐며 낮잠을 자던 한 장면.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장면. 사랑받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하는 장면. 얼마전 영화 를 봤다. 60여년을 살고 났을 때 삶이, 혹은 인생이 어떻게 다가올까 두려움에 가슴이 먹먹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 멀어질수록 그때보다 가진 것이 더 많아질수록 그 상태로부터 아는 .. 더보기
[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下) 버마 탄신제 마을·낭우 시장 ㆍ‘내 나무’ 심으며 아이들과 전통 닭싸움 버마 사람들이 아침마다 즐겨 마시는 차는 무엇일까. 밀크티와 흡사한 ‘러펫예(Lapietye)’라는 전통차다. 자그마한 찻집에서 이 차를 마시며 버마인은 하루 일상을 시작한다. ‘아시안브릿지’와 함께하는 ‘착한 여행-메콩강 시리즈’의 마지막 여행인 버마편에서는 시장 구경, 현지 음식 시식, 전통놀이 체험 등이 진행됐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버마인들의 삶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버마 여성들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타나카’라는 나무껍질에서 나온 노란빛의 천연화장품을 얼굴에 바른다. 산림이 국토의 약 50%를 차지하는 버마는 세계 3대 목재 중 하나인 티크(Teak)나무가 유명하고, 대나무가 많이 자라서 집은 물론 생필품 갖가지를 대나무로 만든다. (주)착.. 더보기
[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上) 버마 양곤·바간·낭쉐 ㆍ긴 호흡 느린 걸음! 명상에 잠긴 나부처의 미소를 보다 ‘인연(因緣)이 있어야만 올 수 있다’는 버마는 수천개의 파고다와 깨끗한 호수가 있는 금빛 불교의 나라다. 버마는 동남아시아의 최대 국가로, 면적이 한반도의 3.5배에 이르지만 아직 외국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다. 군부 독재가 40년 이상 지속되면서 버마는 가난하고 폐쇄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수천년 된 역사 유물과 깨끗한 자연, 그리고 버마인들의 순박함만큼은 감탄을 자아낸다. ‘아시안브릿지’와 함께하는 ‘착한 여행-메콩강 시리즈’의 마지막 여행지는 버마다. 지난달 30일 저녁 여행팀은 버마의 옛 수도 양곤에 도착했다. 4800만 인구 가운데 600만명이 살고 있는 양곤은 군부가 2006년 수도를 네피도로 옮겨감에 따라 현재 경.. 더보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이 (현재의) 내게 보내는 메시지 - *27세의 한 여성이 살인자가 되는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1974년 2월 20일 수요일. 카타리나 블룸은 카니발 도중 한 댄스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진심으로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괴텐을 만난다. 그와 춤을 추고, 그에게 매료됐으며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한다. 괴텐이 은행강도이자 살인 혐의 수배범인 까닭에 그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블룸은 '빨갱이'가 되고, 음탕한 '창녀'가 되어버린다. 그 일간지 기자는 블룸을 블룸의 명예와 존엄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대가를 죽음으로 치러야했다. 살인자인 블룸을 탓할 것인가, 살인을 부른 기자를 탓할 것인가. 판단에 앞서 추가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 더보기
1989 베를린 장벽 붕괴 *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 1989년 11월 9일.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그 이후 20년. 세계 주요 언론들에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의 기사가 눈에 띈다. The Legacy of 1989 Is Still Up for Debate /11.09 1989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세계정치사에 기록될 격변을 몰고 왔지만 당시의 상황이 남긴 역사적 유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는 독일 통일, 냉전의 종식, 동구권 공산주의의 몰락, 유럽연합(EU)의 강화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변혁을 이끌어냈다. 그와 동시에 독일과 프랑스, 유럽과 러시아, 동서간 갈등 등 새로운 분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민주주의의 부흥과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나타.. 더보기
테러용의자 인권유린 ‘과거사 청산’ 미국 법무부는 지난 8월24일 중앙정보국(CIA)이 9·11 이후 대 테러전 수행 과정에 운영한 비밀 수감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유린 행위들에 대한 자체 감찰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조시 W 부시 행정부 시절 CIA가 테러 용의자에 대해 물고문 등을 자행한 내용은 물론 이러한 신문이 의사와 심리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당시 CIA 지도부와 법무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관리됐다는 의혹을 망라하고 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보고서 공개 직후 존 더럼 연방검사를 특별검사로 임명, 신문 과정에 대한 특별 수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고문에 가담한 CIA 직원 등에 대한 기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본격적인 ‘과거사 청산’에 나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 NBC 방송은 미 법무부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