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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감상

1. 미자가 사람들 앞에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했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 오래된 장면을 이야기하는 미자는 눈물을 보였다. 환갑을 앞두고 우리 엄마도 내게 엄마가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을 말한 적이 있다. 스무몇살의 기억보다도 더 생생하게 남아있노라며, 손자의 나이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머릿속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도 미자의 기억과 비슷했다. 마루에 누워 따뜻한 봄햇살을 쬐며 낮잠을 자던 한 장면.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장면. 사랑받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하는 장면. 얼마전 영화 <시>를 봤다. 60여년을 살고 났을 때 삶이, 혹은 인생이 어떻게 다가올까 두려움에 가슴이 먹먹했다.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 멀어질수록 그때보다 가진 것이 더 많아질수록 그 상태로부터 아는 것이 늘어날 수록 점점 더 슬퍼지는 일도 많아지는 것이 분명하다. 예순여섯의 미자가 열여섯의 희진이의 미소와 마주했을 때처럼, 그렇게 어느 순간 너는 더이상 빛나는 아이도, 시를 읊조리는 소녀도 아니라며 인생의 마지막 무대로 밀어낼 것이 또한 분명하다. 그것을 살다가 느끼고, 느끼면서 살다가 나도 <시> 한편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찍 시를 쓰면 별로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론을 따르더라도, 그때서야 열행 쯤 되는 <시> 한편을 쓰게 되지 않을까.
 


2.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내용의 기발한 글보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쓰는 것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를 읽고 느꼈다.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쓴 것 뿐이라는 건 그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최근 지하철에서 꼼꼼히 읽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섯인물 이야기가 정말 그럴싸하게 다가왔다. 고정된 '자아'라기보다 공간과 위치와,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니까. 학교에서 학생이자 친구였던 내가 회사에서 직원으로, 집에서는 가족중 한명으로, 그리고 어느 카페의 손님으로 있을 때 저마다의 내가 모두 같지는 않으니까. 다중인격이 곧 전인체인 나다. 그러니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낯선 일을 하게 될 때 서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니까.


3. 몇가지 새김말. 're'-poter. 自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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