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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MB'


이집트가 민주화를 위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사의 한축을 그을 일이 분명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외신 뉴스를 통해서만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20대인지라 한국의 80년대 민주화의 과정은 어쩌면 '글로 배웠다'고 말할 수밖에 없음에도, 이집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관해 '민주화', '혁명', '시민 불복종'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집트 관련 외신 기사들을 보다보니 'MB'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한국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한국 기사에도 MB가 참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익숙해진 탓일까. 이집트 기사를 읽을 때마다 그 단어에 한번 더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 단어는 참 많은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이집트와 한국을 연결해 생각하게 한달까.


현재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이집트 야권의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s)'을 주로 가리켜 외신은 'MB'라고 쓴다. 아래 기사처럼 말이다.


The main Egyptian opposition group, Muslim Brotherhood (MB), has condemned the United Nations and the West for their silence on the killing of Egyptian civilians. (이란 프레스 TV)


그런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역시 'MB'로 읽힌다. (일반적인 것은 아닌 것 같지만) 'MuBarak'라는 영문 표기 때문이다.

A man carries a placard, written in several languages and reading: "Mubarak, Get Out" referring to Egyptian President Hosni Mubarak, as he attends a demonstration by anti-government protesters in Cairo's Tahrir Square, Egypt, Monday, Jan. 31, 2011. A coalition of opposition groups called for a million people to take to Cairo's streets Tuesday to demand the removal of Mubarak. (AP Photo/Lefteris Pitarakis)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촛불집회 당시 'MB OUT'이라는 구호와 "Mubarak go out'이라는 시위대의 구호가 겹치면서 스스로 '억지 연결'을 하고 있는 듯도 하다. 우리 안에 'MB'라는 단어가 너무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집트 야권은 세력이 쪼개지고 30년 철권 통치 속에 오랜 탄압을 받아온 지라 이렇다할 구심점이 없다.
그래서 무바라크가 물러난 '그 다음'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확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초기 때만 해도 "이집트는 정부가 군부를 장악하고 있어서 튀니지와는 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귀국했을 때도 서방 언론이 그의 출현에 주목했지만 이집트인들 사이에서는 엘바라데이가 오랜 해외 생활을 하고 친서방이라는 점에서 지지를 못받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또한 야권의 무슬림 형제단(MB)도 대안세력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지금 무바라크가 내각을 새로 발표하고, 정치, 경제적 개혁을 약속하는 등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군부가 시위대에게 무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위대 편에 선 것을 보면 상황은 예측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반정부 시위는 젊은층 단체인 '4.6 청년운동'과 MB가 전면에 나섰고 엘바라데이가 야권연합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그러니 변화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이 과거의 추이만 가지고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여하튼 이집트 야권을 이야기할 때 초기에 외신들이 내놓은 전망 가운데는 이집트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될 만한 '김대중도 아웅산 수치도 넬슨 만델라도 없다'고 지적했던 것이 있다.


An Egyptian protestor holds a placard in front of the Egyptian embassy in Sarajevo, Bosnia, Monday, Jan. 31, 2011. Dozens of protestors gathered in front of Egyptian embassy to rally against Egypt's President Mubarak, in a show of support for for protests currently taking place in Egypt. (AP Photo/Amel Emric)


이번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한국의 87년 민주항쟁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거나 2008년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되거나 

이집트의 현재 상황은 '한국'과 어떤 식으로든 연상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한국의 87년과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있는 이집트의 지금 상황을

담은 아래 각각의 영상이 꼭 닮은 것처럼.


(한국 87년 민주항쟁)
http://www.youtube.com/watch?v=mYdkaQRQaOE
http://www.youtube.com/watch?v=vz83ALLMf64
http://www.youtube.com/watch?v=7GwGTtbfPe0

(이집트 2011 반정부 시위)
http://www.youtube.com/watch?v=GZIeQOqVh3s
http://www.youtube.com/watch?v=3T86e9Vih5E
http://www.youtube.com/watch?v=KgTsASj2a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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