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의 젊은이들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예멘. 바레인. 수단. 요르단. 그리고 이란.
최근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이 국가들의 젊은이들의 각별한 연대의식을 몇번 기사화했다.
지리적으로는 중동, 북아프리카로 묶이고 문화적으로는 아랍권으로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쓰니, 비아랍국이지만 어느새 그들은 공동체가 된 듯 했다.

같은 고민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피어라, 아랍의 봄. 아랍 청년들의 연대

튀니지 청년들과 이집트의 청년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는 다른 아랍 국가, 이란 젊은이들에게도 전파됐다. 진압 경찰이 최루가스를 발포하는 것에 대비해 마스크 안에 '양파'나 '식초'를 넣어두라는 조언들이 나왔다. 이들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정부를 규탄하고, 독재와 억압 정치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연대'하는 데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랍 청년들은 '고학력 실업자'다.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촉발했던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당시 26세)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못구해 과일 노점상을 하다가 경찰에 단속당하자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그의 죽음이 어쩌면 지금 목도하고 있는 아랍권 민주화 시위의 최초의 방아쇠가 됐는지도 모른다. (알제리, 모로코에서 분신자살 시도 모방사건이 잇따랐다.)


그들이 처한 환경은 절박했다. 각국의 빈곤선 이하 인구가 50%에 육박하고, 실업률은 10% 안팎이며, 물가는 높고 일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자유도 없었다.

빵에 대한 요구가 곧 자유에 대한 요구로 바뀌었다. 분노한 청년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청년들이 바라보는 미래에 더이상 희망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기사 ▶ 청년 실업률 8.5% ‘봄은 멀었나’

아랍 청년들에 관한 경향신문의 기사를 되찾아 보다가 발견. '한국'의 기사다.
한국의 청년들도 미래에 대해 마냥 희망을 노래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한국은 절대빈곤선 및에 사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통계상) 괜찮은 것일까. (*참고로 이들 나라들의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을 찾을 때 참고한 미국 CIA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선 이하 인구는 15%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는 또 어쩌나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자살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어디에서? 한국에서.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A씨(29·여)가 자신의 방에서 음독해 숨진 채 발견됐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뒤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6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공무원시험에서 여러 차례 낙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 고민이 많았다는 유족 진술이 나왔다.
　14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재학생 B씨(23·여)가 자신의 방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이 연락이 안 되는 걸 이상하게 여겨 지방에서 올라온 B씨의 부모가 딸을 발견했다. 우체통에서는 제적 통지서가 발견됐다. B씨는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 통지를 받은 뒤였다.
　앞서 8일에는 강원도 강릉에서는 대학 4학년인 C씨(23)가 원룸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죽었다. 출입구와 창문이 밀폐된 방 안에서는 즉석복권 여러 장과 학자금 대출 서류가 발견됐다.
　20~30대 젊은층 자살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1~30세 중 한 해 동안 자살한 숫자가 2004년에는 1161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1809명으로 늘어났다. 2007년(1550명), 2008년(1574명)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숫자다. 31~40세 자살자 숫자도 매우 높다. 2008년에는 2084명이지만 2009년에는 2533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것일까.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사회 통합이 약화돼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 연대감, 결속감이 약화될 때 자살률이 높아진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젊은 층은 높은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열심히 공부하지만 자기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태”라며 “이런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공포가 자살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대 때 치열한 경쟁과 서열화를 뚫고 20대가 되어 대학에 진학하지만 청년들은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고통을 받고 학점·어학연수·봉사활동·인턴 등 취업을 위한 ‘스펙’ 경쟁에 다시 휩싸이고 있다. 그렇다고 졸업과 동시에 모두 원하는 직장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소수 대기업 정규직에 취직하는 학생들은 일부다. 대다수는 비정규직이 되고 취직을 못한 청년들은 ‘백수’가 되어 ‘낙오자’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생계형 자살도 늘어나고 있다. 등록금을 고민하거나 실업을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결단을 하는 경우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한 주택가에서는 D씨(37)가 연탄불을 피운 뒤 숨진 채 발견됐다.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대규모 감원 당시 직장을 잃은 실직자였다.
　극심한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젊은층을 괴롭히는 가장 큰 원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률도 낮고 고용 불안정도 지속되는 상황에서 졸업을 유예한 채 강박적으로 스펙을 쌓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금 20~30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이상향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우울감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좌절감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낮은 행복지수도 원인으로 꼽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경제수준보다 너무 낮다”며 “일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중 최하위”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0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트레스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사람은 70.0%로 2008년 60.4%에 비해 9.6%p 높아졌다. 매우 많이 느낀다는 응답도 5.1%에서 11.4%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호기 교수는 “사회 통합을 높이고 젊은층이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주거·노후 문제 등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정부 주도가 있어야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부회장)는 “국가 차원에서 자살한 사람들이 왜 자살했는지 분석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핀란드의 ‘자살 예방 국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범국가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했다. 1397건의 자살사건에 대한 심리학적 부검 보고서를 만들어 범정부 차원의 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그결과 1990년 10만명당 30.3명에서 2004년 20.4명으로 자살자가 30% 이상 감소했다.
　현 교수는 또 “중·고등학교 때부터 삶의 의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가족과 나, 죽음 후의 나와 가족관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적인 자살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아영·주영재 기자 layknt@kyunghyang.com

억압에 굴하지 않겠다고, 더 나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고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
그들의 연대방식도 기발했다.

▶ 아랍 청년들 ‘기발한 연대’

바레인의 청년활동가인 에스라 알 샤페이(24)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중동의 청년들(mideastyouth.com)’은 바레인은 물론 이집트, 이란, 시리아 등 중동지역 젊은이들이 민주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장이 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뉴스 기사 등에 올라온 아랍권 민주화 관련 글을 링크해 놓고 있다. 민주주의, 인권,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토론도 진행된다.

샤페이가 운영하는 또 다른 웹사이트 ‘중동의 선율(mideastunes.com)’은 아랍권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음악으로 표출하는 곳이다. 페르시아어 랩, 팔레스타인식 트랜스 음악, 요르단식 펑크, 바레인식 R&B 등을 접할 수 있다. 노랫말은 사회 변화, 인권, 표현의 자유 등에 관한 것이다.

www. mideastyouth.com
www. mideastunes.com

한번 들어가 보시길 권한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국 청년들이 연대하는 방식은 더 기발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처한 삶의 악조건에 저항하는 것도 더 힘찰지도 모른다. 또한 청년들의 삶을 '누군가'는 꼭 돌봐야 한다.

아랍 청년들에 관한 기사를 쓰고 읽으면서, 그래도 뭔가 희망을 발견했다면, 아직 젊음의 특권에 매료돼 있는 것은 아닐까 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어떤 열망'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