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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60년 역사 ‘전보’ 서비스도 ‘이젠 안녕’

지난 6월 15일 인도 뉴델리의 중앙 전보 사무국. 공국 비행사 출신인 비크란트 데시판데(32)는 부인과 함께 ‘전보’를 보내고 있었다. 데시판데 부부는 “우리는 서로에게 마지막, 최고의 전보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160년 역사를 지닌 인도의 전보 서비스가 다음달 15일 모두 종료된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인도의 뉴델리 중앙 전보 사무국의 분위기를 취재해 18일 소개했다. 뉴델리의 중앙 전보 사무국은 습기가 차 있었고 어두웠다. 전보 사무국의 직원들은 모두 50대였다. 그들은 곧 은퇴를 앞둔 이들이었고 그들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콧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낀 ‘전보 오퍼레이터’ 고얄(58)은 2015년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일을 그만두게 될 상황에 처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우리는 해고할 수 없다”며 “다만 우리의 일이 구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도 남부 도시 방갈로르의 전보 사무국에서 직원이 전보를 주고 받는 일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얄은 1975년 전보 오퍼레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1970년 중반엔 ‘전보’ 사업이 잘나가던 절정의 시기였다. 작업자들은 매일 업무량을 초과해 일했고 전보를 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사무국 앞에서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은 익숙했다. 고얄은 “어떤 이들은 은행을 그만두고 전보국에 취직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19세기에는 전보가 가장 빠른 통신 수단이었지만 그 영광은 차츰 희미해져 갔다. 1990년대 중반 e메일 서비스와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가 나오면서 ‘전보’는 거의 잊혀졌다. 하지만 고얄은 전보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하루 50~100개의 전보를 친다”며 하나의 메시지를 내밀었다. 한 군인에게 가족이 “장인이 위중한 상태이니 집으로 와달라”며 전보를 보낸 것이었다. 인도 언론 ‘더 힌두’도 “변호사들과 군인들은 신속하고 안전한 정보 교환을 위해 전보에 의지하고 있다”며 “많은 전보 작업자들이 인도 내 격오지에서는 여전히 전보가 중요한 통신수단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전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영국 식민지 시절이었다. 사무엘 모스가 첫 전신 메시지를 보낸 지 6년 뒤인 1850년 영국 군의관이자 발명가인 윌리엄 오쇼네시가 콜카타(옛이름 캘커타)에 전보를 보낼 수 있는 전선을 설치했다. 전보는 영국의 가혹한 인도 식민 통치에 악용됐지만 인도가 독립된 이후에도 유효한 통신 서비스로 남았다. 인도인들이 가족·친척들에게 서로의 결혼과 취직, 부음을 전하는 주요 통신 수단이 된 것이다.


1985년에는 인도 전역에 4만5000개의 전보 사무국에서 6000만건의 전보 메시지가 오갔다. 현재는 인도에선 하루 평균 5000건의 전보 메시지가 오가며 75개의 전보 사무국이 남아있다. 한때 인도 전역에서 1만2500명의 전보 오퍼레이터가 일했으며 뉴델리 사무국에만 3000명에 달했던 오퍼레이터는 현재 998명만 남았다. 인도인들 각자에게 ‘추억의 무엇’이 된 전보는 다음달 14일 오후 11시59분까지만 서비스되고 그 뒤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인도 국영 이동통신사업자인 BSNL(Bharat Sanchar Nigam Limited) 측은 지난 14일 전보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보 서비스를 유지하느라 연간 2300만달러(약 26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8일 인도 전보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전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시초와 같았다”고 평가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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