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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 <사이비>가 던지는 질문

'거짓을 말하는 착한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나쁜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사이비>에 대해 미리 들은 이야기는 없었다. 앞서 연 감독의 <돼지의 왕>(2011)처럼, 단순한 애니메이션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다.



애니메이션 <사이비> 포스터/'본격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이라는 설명이 있다. 


<돼지의 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마을에 새로 생긴 교회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목사가 기적을 행한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딸과 아내가 교회에 빠지자 폭군인 아버지가 교회와 맞서 싸우는 상황이 벌어진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에 이어 <사이비>에서도 흔히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했다. 극사실적 접근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연상호만의 스타일인 것이다. 악당인 아버지가 또 다른 악당인 사이비 교회 목사와 장로와 맞서는 이 이야기에서 연상호 감독은 묻는다. 술 먹고 노름하는 나쁜 아버지를 택할 것인가? 그럴 듯한 말로 위로를 하지만 알고 보면 마을 사람들 등 처먹는 또 다른 나쁜 아버지를 택할 것인가? 폭력적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로 보이던 이들 역시 가해자가 되고 마는 <돼지의 왕>처럼 <사이비>의 한국 사회는 나쁜 남자들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거기엔 예외도 자비도 없다. (남동철/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 너무 고차원적인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질문 자체가 고차원적인 게 아니라 아예 대면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걸 알았다. 이 질문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온다면 다들 한 동안 멍할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신에 대해 다룬 영화도 많았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이신애(전도연 분)가 '신에게 용서를 구한 유괴범'을 보며, 자신을 망가뜨리며 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좀 다른 곳으로 빠진 것 같긴 하지만,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뤘지만 인간세계로 내려와 신을 향해 숭배하는 '종교'에 대해 세밀하게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던 듯싶다.


좀 다른 곳으로 빠졌다고 한 건, 이 애니메이션은 신과 인간과의 관계보다 '사이비'로 통칭되는 헛된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몰예정지가 된 마을의 주민들이 '반석 꽃동산'에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세상의 물질을 다 바치는 것, 신에게서 구원받고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 병에 걸린 사람도 약을 먹지 않고 이 교회의 샘물 만으로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이것이 주인공 '민철'이 보기에는 모두 사기이고 헛된 믿음이 아닌가. 또한 우리도 관찰자 입장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민철'은 또 누가봐도 나쁜 사람이지 않나. 그가 말하는 진실, 은 그가 나쁜 사람이어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천국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 민철을 사탄으로 몰아부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민철'은 분명 타인에게 '나쁜' 존재였다. 목사는 '주님의 아들'임을 믿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이 부정당할 때 '괴물'이 되지 않았던가.


이렇게 복잡한 인간 군상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출연하는 인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 어두운 분위기는 또 어떻게 연출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등장인물을 떠올리면, '질문'만 남는다.


이 영화는 인간이 믿는 무엇, 그리고 인간은 왜 종교를 믿는지에 대한 고민을 사람들에게 던진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민철의 마지막 장면!)


(-이런 스포일러)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가 개봉 첫 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사이비>는 24일 2390명의 관객을 더해 누적관객수 1만1321명을 기록했다. 21일 개봉 이후 4일 만이다. 74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세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돼지의 왕>(2011)도 개봉 17일 만에 1만 명을 넘었다. 


<사이비>는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을 배경으로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목사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종교와 인간관계 속에서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이비>는 세계 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제51회 스페인 히혼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했다. 또 제3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뱅가드 부문과 AFI 영화제에는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초청됐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부문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2013.11.25)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 4일 만에 1만 관객 돌파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영화 <사이비>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fake.co.kr/index.htm



<돼지의 왕>에서처럼 나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참,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리며 극장에 가는 관객은 없어야겠다. 3일 개봉하는 <돼지의 왕>은 피, 약물, 죽음, 그리고 그보다 심한 감정의 굴곡을 그린다. 학창시절의 폭력, 계급 갈등을 그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를 3배쯤 그로테스크하게 만들면 <돼지의 왕>이 될 것 같다. 

거실의 식탁에는 목에 굵직한 자국이 난 여성이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다. 샤워실에서는 그의 남편 경민(오정세)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가구와 가전제품에는 압류품임을 뜻하는 빨간 딱지가 온통 붙어 있다. 경영하는 회사가 부도난 경민은 절망적인 현실을 뒤로 한 채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 중학 동창 종석(양익준)을 찾아나선다. 15년 만에 만난 경민과 종석은 술잔을 나누며 끔찍했던 중학 시절을 돌이킨다. 중학교는 교사의 사랑, 폭력, 권력을 모두 쥔 소수의 아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다. 경민과 종석은 자신들은 ‘돼지’이고, 그들은 ‘개’라고 여긴다. 그러던 경민과 종석 앞에 무서워하는 것 없이 주먹을 휘두르는 철이가 등장한다. 철이는 순식간에 ‘돼지의 왕’으로 떠오른다. ‘개’와의 시비 끝에 퇴학을 당한 철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를 계획한다. 

<돼지의 왕>이 그리는 남중 교실은 거의 ‘지옥’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성인으로 발디딘 세상도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경민은 삶의 궁지에 몰렸고, 작가를 꿈꾸던 종석 역시 대필작업 하나 제대로 못해 편집자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처지다. 중학 시절의 철이는 혁명의 주도자이자 삶의 구원자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듯이, 철이 혼자 ‘개와 돼지’의 서열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철이는 1%의 권력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악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1%는 세상 모든 가치의 주도권까지 쥐고 있었다. 물론 악도 1%가 쥔 가치의 하나다. 영화는 이 한줌 희망 없이 비관적인 관점을 조곤조곤 설득시킨다. 

<습지생태보고서>의 최규석 작가가 초기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고, 여러 중·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아온 연상호 감독이 연출 데뷔했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 조합상, 무비꼴라쥬상 등을 받았다. (2011.11.2)


[리뷰]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사이비>는 애니메이션이지만, 폭력적이다. 그러니 19금이 됐을 게다. 보고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람을 차분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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