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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세계, 세계인

콩고민주공화국의 비극

1. 오늘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이야기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은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300달러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죠. 
우리가 많이 들어본 콩고와는 다른 나라입니다. 콩고는 그 옆에 있는 콩고공화국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콩고강 한 옆엔 콩고공화국이 있고, 한 쪽엔 콩고민주공화국이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예전에는 자이르라고 불렸죠. 지금의 이름은 민주콩고이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오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나라이기도 합니다. 15년 내전의 마침표는 찍었지만 여전히 반군들의 폭력은 계속되고, 민간인을 상대로 한 ‘집단 성폭행’이 유행처럼 자행되고 있습니다. CNN방송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의 비극을 소개했습니다.


 

2. 어떤 비극?


동부 남키부주의 주도인 부카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카타나’는 겉보기엔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보이지만, 얼마 전 그곳에서 반군들이 참혹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나라는 동쪽으로 르완다, 부룬디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마나제라라는 여성은 르완다와 인접한 카타나 마을에 삽니다. 

르완다 반군이 국경을 넘어와 민가를 공격하자, 마나제라의 남편은 살기 위해 달아났습니다. 마나제라는 다른 여성 8명과 함께 숲 속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상적인 일이라는 겁니다. 마나제라는 CNN 인터뷰에서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세계가 자기네들 사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남키부주의 주도 부카부에서 80㎞ 떨어진 음웬가에서 16일 주민들이 내전 당시의 집단 성폭행을 재연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 음웬가 (AFP연합뉴스)



3. 민주콩고 동부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지역에서는 르완다 반군 르완다해방민주군(FDLR)과 민주콩고 반군인 마이마이가 번갈아 드나들며 지역 마을들을 급습해 주민들을 죽이고, 집단 성폭행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동부지방에서 3개 무장 민병대에 의한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30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달 초에는 정부군도 잇따라 주민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힘 없는 시골 여성들이 최악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거죠.


 

4. 유엔도 얼마 전 이 지역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대해 경고했다고요.


지난 15일 유엔은 “지난해 민주콩고 동부에서 1만5000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민주콩고를 ‘전 세계 집단 성폭행의 중심지’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부터 파병된 유엔평화유지군은 정작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나제라가 살던 곳은 유엔군 기지가 인접했던 곳이었습니다.
17일에는 참다못한 피해 여성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습니다. 퍼스트레이디인 올리베 렘베 카빌라를 비롯해 수천명의 여성들이 부카부에서 행진을 벌였습니다.





대량학살과 약탈, 강간 등의 혐의로 체포된 민주콩고 전 부통령 장 피에르 벰바(뒤)가 1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헤이그 (AP연합뉴스)




5. 민주콩고의 정치상황은 어떻기에?

옛 자이르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1960년대 독립했습니다.
자원도 많고 땅도 넓어서 잠재력이 없지 않았지만 군벌의 가혹한 통치가 계속됐습니다. 국부를 주머닛돈처럼 챙겼던 모부투 세세 세코라는 독재자가 1997년까지 부정축재를 하다가 쿠데타로 쫓겨났고요.
그 뒤에 쿠데타를 일으킨 로랑 카빌라 등 군벌들 간 내전이 벌어졌고, 카빌라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15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인해 사망자만 540만 명을 헤아립니다.

그런데 카빌라는 2006년 석연찮은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인 조제프 카빌라 현대통령이 집권했습니다. 국제사회의 감시와 지원 속에 민주화 과정을 밟았고, 나름 성공적으로 평화선거를 치러 조제프 카빌라가 2006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국경지대에서는 여전히 유혈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6. 자원이 많다는 데 발전 정도는.


면적 234만㎢로 한반도 10배 크기입니다. 다이아몬드, 구리, 코발트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으며 석유매장량도 15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전이 끝난 뒤 이 나라의 자원에 눈독 들인 해외투자가들이 몰려와 개발붐이 일고 있고, 최근 몇 년 새 경제성장률이 7~9%에 이르고 있습니다. 남아공 등지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도 앞 다퉈 진출하고 있는 곳이죠.

하지만 수도 킨샤샤 땅값과 물가 엄청 뛰어오른 데 비해 대다수 국민들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원이 덫이 되는 느낌입니다. 민주콩고의 자원 가운데 코발트는 매장량 기준으로 보면 세계 50%. 다이아몬드는 30%, 휴대전화 재료가 되는 콜탄은 70%랍니다. 반군들은 동부 지역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놓고 정부군과 경쟁하면서 민간인 성폭행을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얼마 전 민주콩고에 다녀온 후배의 말로는, 킨샤샤에서는 사람들이 '돈 독이 올라' 무법천지인데 인프라는 여전히 형편 없고 빈곤의 기미는 가시지 않는 상황이라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