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생각이든 쿤데라 본인의 생각이든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성’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 이 부러웠다. 그의 소설은 읽으면 그게 ‘허세’로 보이지 않았다. 그 생각의 끝이 무엇인지 어떤 지점이 이런 생각을 야기했고 그는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려고 애쓰는지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았다. 물론 그걸 잘 해낸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어렵지만, 그래도 좋았다. <무의미의 축제>는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등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각자의 시선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문제를 풀어가는 것과 같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존재의 본질은 ‘무의미’라고 해석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존재의 무의미성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다. 염세주의나 회의주의가 아니고서, 존재의 무의미성을 인정하면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다. 수많은 순간에 ‘무의미’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갉아먹을 것이기에. 그것 또한 사랑해야 하다니.
소설 속에선 <사과쟁이들>이 등장한다. 알랭은 먼저 사과부터 하고보는 ‘사과쟁이’다. “삶이란 민안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지. 다들 알아. 하지만 어느 정도 문명화된 사회에서 그 투쟁은 어떻게 펼쳐지지? 보자마자 사람들이 서로 달려들 수는 없잖아. 그 대신 다른 사람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거야. 다른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자는 승리하리라.” “사람들은 사과로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샤를의 말에 알랭은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한다. 서로에게 사과만 하는 세상이라면, 누구나가 다른 이에게 져주는 세상,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항복이라고 해야 하나.
다소 멍청해보이고 어리석어 보여도 나도 사과가 넘치는 세상이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으로 타인의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상대를 이겨보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너무나 무의미하지만, 무의미하지 않다, 삶은.
(+ 이 소설 중 스탈린과 칼리닌의 인연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꽤 흥미롭다. ‘칼리닌그라드’ 1란 도시명의 유래를 소개한다. 칼리닌이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했고, 이를 안타까워하던 스탈린이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이곳은 ‘임마누엘 칸트’가 살았던 곳이다.)
- 프레골랴강(江)이 칼리닌그라드 석호(潟湖)로 흘러드는 하구에 자리한다. 그곳에서 석호를 횡단하여 발트해(海)에 면하는 외항 발티스크까지 약 40km는 운하로 연결된다. 발트해의 중요한 부동항이자 해군기지로서 산업·어업·상업의 중심지이다. 1255년 보헤미아의 왕 프르셰미슬 오타카르 2세의 권고로 튜턴 기사단에 의하여 요새가 건설되었으며, 1340년에 한자동맹에 가입하였다. 1701년 브란덴부르크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가 프로이센의 초대 왕 프리드리히 1세로 즉위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치열한 접전 지역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심하게 파괴되었다. 독일령일 때에는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라 하였으나, 1945년 소련령이 된 것을 계기로 소련의 지도자 M.I.칼리닌(M.I.Kalinin)을 기념하여 현재의 명칭으로 개명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칼리닌그라드 [Kaliningrad] (두산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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