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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음

스테판 에셀 <참여하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집회가 한창일 때였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2011, 돌베개)가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경향신문 1면에도 실렸던 기억이 난다. '2030'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젊은 세대라고 불리는 한 세대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였다. 이들이 '분노했다'는 것에 사회는 주목했다. (사실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 세대와 함께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였다.) 이 책이 주목받은 것처럼, 거리로 나온 '젊은 세대'가 무언가를 바꾸길 바랐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아랍의 봄'을 거친 뒤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2012년 4월 총선에서도 청년층을 향한 정치권의 손짓이 두드러졌다. 청년비례대표를 뽑았고,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실현이 공약으로 나왔다. 그렇게 '분노하는 것'의 행위가 정치와 정책에 영향을 준 것일까. 벌써 3년이 흘렀다. 무엇하나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표면 그대로,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다. 그렇지만 희망은 여전히 젊은층에게 있다고 믿는다.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2012, 이루)는 프랑스 작가이자 비정부기구인 '희망리포터'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질 방데르푸텐과 에셀의 대담을 엮은 것이다. 여기서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은 참여할 때, 그리고 자신의 책임을 느낄 때 비로소 참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분노의 대상이 있다면 저항하고, 저항하는 행동에 참여하라는 취지일 터이다. 


에셀은 젊은세대와 옛 세대의 레지스탕스(저항)가 다르다고 했다. 분노해야 할 대상은 언뜻 비슷할 수 있지만, 저항하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사실 저항해야 하는 대상도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세계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어, 어쩌면 이 세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과연 젊은 세대에게 그럴 힘이 있는가. 그럴 '기회'는 주어지는가. 또 하나, '생태주의'에 입각한 저항을 펼쳐볼 수 있는가. 에셀과 질의 대담에서 몇 구절 인용한다.





에셀 : 저항이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우리 주위에 터무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강력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24쪽)

질 :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 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24쪽)

에셀 :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인 것들이겠지요. 사회적 불평등 말입니다. 즉 상호연결된 지구촌 안에 극단적인 빈부의 형태가 공존한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중략) 젊은 세대들에게 이 사실을 확실히 납득시켜야 합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나치 독일이 점령했던 시절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성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면 깊은 성찰이 필요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또한 현명한 정치인이 당선되기를 바라며 민주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합니다. 요컨대 이 시대의 레지스탕스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지요. (25쪽)


질 :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개념 중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개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9쪽)

에셀 : 저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기보다는 '지탱가능한' 발전이라 해야 타당하다고 봅니다. (중략) 지탱가능한 발전이라 한 것은 야만적인 방법으로 단기간에 자원을 착취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쓴 말입니다. (39쪽)


에셀 :  세계적인 위기가 휩쓸고 간 뒤 우리가 사는 이곳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고달픈 세상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금융화된 세계 경제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자들에 의해 이렇게 된 것입니다. 너무나 혐오스러운 세상입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정의로운 세상, 모든 이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이 정착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합니다. (67쪽)


에셀은 낙관주의가 가지는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에너지 자원을 재사용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 빈부격차를 줄이고, 모든 인간이 사회.문화.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것을 위해서 저항하고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당장의 눈 앞의 현실에서의 부조리를 보고도 저항하지 못하는 나나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 추구해야 할 가치들, 그리고 저항해서 지키고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에셀은 세계인권선언을 만들 때 참여한 사람으로,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에셀은 이 부분을 강조한다. 세계인권선언으로 얻어낸 것들도 있고 그 안에서 보호하고 있는 가치들이 있지만, 그러한 권리와 가치는 여전히 빈번히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83쪽)이다. 


한 시간 정도만 차분히 있을 수 있다면. 그리 길지 않은 단행본이다. 더욱이 이 책 할인하는 곳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