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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족구왕>의 매력



봄날이면 가장 생기가 돋는 식물 중 하나로 버드나무가 있다. 버드나무가 반짝이면, 햇살도 따라 반짝인다. 여름이면 이 나무의 잎들이 더 크게 자라 짙은 초록으로 변하고, 그러면 그것은 누군가 쉬어갈 그늘이 된다. 연두빛 버드나무 잎을 보며 '내 인생의 이 시절도 저렇겠지' 했던 게 대학 때의 일이다. 청춘에게는 '청춘'이라는 단어가 늘 그렇게 하나의 의미가 되어 가슴을 쿵하게 찍고 가곤 한다. (나는 아직도 청춘이지만, 가소롭게도 더 젊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키우고 있다.) 이제는 연두빛 잎이 차츰 색을 더해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시절을 지나는 중이다.






영화 <족구왕>(2013, 상영 중)을 보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웃어댔다. 주인공 '홍만섭'(안재홍 분)의 '실제 같은 연기'에 그만 혼이 쏙 빠진 듯했다. 세간에 '재밌는 영화'라는 호평이 자자하다는데, 과연 그랬다. 만섭이가 연두색 버드나무 잎처럼 생기가 넘쳐 보는 내내 흐뭇한 누나 미소를 짓게 했다. 그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자의 여유'이기도 하고, 부러움이기도 했다. 또 반대로 그가 던지는 질문을 받아들고 조금 설렜다. '앞으로 어떻게 살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니' '네 꿈은 무엇이니' 등등의 유치하지만, 중요했던 질문 말이다.


군대에서 전역한 만섭은 학교로 복학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족구를 할 족구장이 없어진 걸 본다. 롬메이트 형은 '연애 말고' '족구 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한다. 천사같이 예쁜 안나는 '여자들은 족구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만섭은 "재밌으니까" 족구를 하고, "남들이 뭐라 한다고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감추는 게 더 이상하다"고 말한다. 만섭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좇는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밀려 복학 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해 수강등록이 취소됐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을 좋아해도,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만섭이란 인물에겐 묘한 매력이 있다. 옆에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이 사람이라면 무엇이라도 잘 해낼 것 같은. 물론 그의 외부조건은 현실에서 '루저'의 영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섭은 그럴듯한 말로 상대로 꾀이지 않는다. 그저 아마 만섭이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청춘의 모습 같았다. 대학의 취업률을 걱정하고, 족구를 하면 면학분위기를 헤친다며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을 미워하게 된 건 청춘 탓이 아니라 사회 탓이니까. 누군가 "족구장을 세우자"고 목소리를 냈을 때 외면했던 이들이 어느날 줄지어 서명을 하게 된 것처럼, 이들은 유연하다. 극중 영화 '백투더퓨처'가 하나의 에피소드를 구성하는데, 미래에 있을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고. 진부한 메시지지만, 만섭이가 말해서 진한 국물을 마신 것처럼 속이 따뜻해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만섭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의 궁합. 그리고 유쾌한 진행. 그래서 가볍게 미소지을 수 있는 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결말(직접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듯)이다. 초록이 짙게 물들수록 버드나무 잎은 더 아래로 쳐진다. 그리고 그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 정도만 해내도 어딘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무에 잘 붙어서 제 때에 맞게 제 농도로 물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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