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들은 시시하다. 속편이거나 리메이크이거나"
라고 스스로 고백한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트랜스포머'에 임하는 나의 자세는 어쨌든 '영혼이 있는 로봇을 만난다'는 것. 로봇과 인간세계의 공존, 혹은 로봇계의 악당과 인간계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스토리는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영웅시리즈가 그렇지만. 늘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미모에 대한 관심도 지나치다 싶고. 그럼에도 '볼거리'라는 의미에서 칭찬을 받았던 시리즈물이다. 이번에도 역시, 옵티머스 프라임을 보면 왠지 모를 경건함이 느껴진다. 귀여운 범블비가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던 시대는 가고, 옵티머스 프라임이 제1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뭔가 특별한데, 늘 죽지 않는다. "창조자에게 경고한다. 지구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거나, "밤하늘이 별이 됐다고 생각하라"는 마지막 멘트는 굳이 필요없을 듯도 한 멘트.....(;;;)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의 구성은 좀더 복잡해졌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멸종한 시대'를 다룬다. 공룡들이 소행성과의 충돌로 사라졌다고 들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우주 로봇의 점령기였다고 영화는 주장한다. 그리고 '창조자'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비롯한 창조물들이 사라지길 바란다. 인간은 더 많은 발전을 바라며, 이제는 오토봇이나 옵티머스 프라임과 같은 영혼이 있는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였던 이 영화의 특징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나갔는가를 또한 보여주며, 이제는 '창조자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트랜스포륨이다. 트랜스포머들의 구성성분인 이 물질은 마음대로 변형가능하다. 총기가 될 수도 있고, 스피커가 될 수도 있다. 이 물질을 양껏 생산하기 위해 '씨드'라는 폭발물을 노리는 게 기업가 죠수아(스탠리 루치)다. 인간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특히 영원하거나, 소멸하지 않거나, 만능이거나, 무한변형이 가능하거나 등등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싶어한다. 인간의 생과 우주와 자연이 무한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듯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하겠다는 과학의 맹신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나 어떤 원리의 발견만으로도 인간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논리. 그것을 드러냈기에 사실 영화 제목의 '사라진 시대'는 공룡이 살던 쥐라기 시대가 아니라 현대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듯도 했다.
물론 인간은 그러한 생각과 발전이 가지고 올 '위험'에 대해서도 인지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희생도 감수한다. 고물더미에서 낡은 트럭을 사와 옵티머스를 살려낸 발명가 케이드 에거(마크 월버그)가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인간의 배신과 욕망 앞에 더이상 인간을 수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에거는 인간의 가능성을 긍정한다. (나중에 옵티머스 프라임도 그들의 가능성을 지키라고 오토봇들에게 명령한다.) 에거는 "인간은 원래 그렇다. 늘 실수를 한다. 내가 고물더미에서 트럭을 사와 팔 요량으로 그것을 고쳤고, 결국 옵티머스 프라임을 살릴 수 있었다"며 말한다. 평범한 발명가가 옵티머스 프라임을 도와 지구를 구한다는 건, 미국 영웅 영화에서의 뻔한 설정이고, 또 그가 어린 딸을 지키고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는 설정도 뻔한 설정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전편보다 더 재밌다고, 더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대의 트랜스포륨은 자동차로 변신하는데, 멸종된 시기의 트랜스포륨으로 구성된 로봇들은 공룡으로 변신한다는 것도 창의적인 것인지, 웃긴 것인지.
영화 시간은 약 3시간(164분). 길다. 그래도 볼 만하다. 하지만 예전 편보다 재미가 없다. '웃긴 장면'도 별로 없고, PPL도 눈에 거슬린다. 중국 대륙과 홍콩까지 무대를 옮겨 '중국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너무 많은 것을 때려 부수고 없애고, 제거하고, 싸우느라 도시가 불타고 자동차 수십대가 엉퀴어도 영화는 제 갈길을 간다. 큰 것을 얻기 위해서 작은 것들은 희생해도 된다는 것은 악당이나 영웅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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