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와 책 <설국>을 통해 아로새겨진 새하얀 눈의 고장, 일본 북해도. '낭만적인 도시'로의 여행이다. 여행 블로거들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꼼꼼히 기록하자고, 그래서 다시 보더라도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르게 하자고, 그래, 다짐했다. (몇 장은 꼭 인화해야지!) 여행기간은 8월10일~8월13일. 이맘때는 일본인들도 휴가로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해서 숙소 구하기는 조금 어렵다. 해도, (인터넷이 팡팡 터지는) 좋은 시대이니 만큼 이방인에게도 꽤 넉넉한 곳이었다. 눈이 오지 않은, 초록의 여름을 맘껏 발산하는 이 지역의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첫째날(10일) : 삿포로 도착_징키스칸 요리를 먹다. 북해도는 양고기 요리가 유명하다는데, 징키스칸은 철판에 양고기와 양파 등을 함께 구워 먹는 것. 삿포로시 스스키노역 근처 '다루마'라는 집이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당일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도 37명이 내 앞에 있었다. 반면 근처에 4호점과 6호점이 생겼다는데, 6호점으로 이동하니 20여분 기다려서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은 먹방부터 시작!
둘째날(11일) : 첫째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니(할롱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은 쾌청한 날씨. 삿포로역 근처에 홋카이도 종합대학이 있다.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 물기를 머금은 초록이 더없이 싱그러웠다. 학교는 비교적 조용했다. 웅장한 나무와 파릇파릇 돋아난 잔디, 가끔 올려다 본 하늘의 푸르름. (그냥 휴가인 게 좋았던 것도 같지만)
총총 걸음을 옮겨,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들르다. 사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의 역사는 일본 근현대사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이 맥주 박물관은 '삿포로 맥주 개척사'이다. 여기서만 파는 맥주가 '개척주'다. '개척'의 역사는 현지인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켰다는 의미도 있을 터이다. 오롯이 '개척자'의 입장에서 꾸며진 박물관이다. 한글로 된 설명서도 나눠준다. 1층에선 시음도 해볼 수 있다.
JR 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하다. 규슈에 있는 유후인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북해도의 특징을 잘 담고 있는 곳이기도. 열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데, 저 바다 건너편이 한반도의 동해쪽이다. (저 육지가 한반도라는 뜻은 아니고...바다가 아름답다 ㅎㅎ)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리면 오르골당 찾아가기가 쉽다. (오타루역에서 내려도 된다) 유리공예가 유명해서 유리공예품 상점과 요즘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스위츠(단 음식, 디저트) 가게들도 늘어서 있고, 이런 저런 귀여운 인형들도 살 수 있다. 그런 구성을 보면 서울 인사동과도 비슷하다. 사람이 많은 게 흠이라면 흠, 사람 구경이 좋다면 그도 좋은 곳.
오르골당에 들어서자마자 수백개의 오르골을 만날 수 있다. 잠시 오르골 감상을.
아시다시피 저 오르골들에선 모두 멜로디가 흐른다. 오르골도 많고, 사람도 너무 많아서 '오르골당 안에서의 멜로리는 고요하지 않을 뿐'
오타루의 핵심은 '오타루 운하'가 아닌가 싶다. 설경이 그렇게 예쁘다는데ㅠㅠ 그래도 야경도 좋았다. 단, 사진이 더 멋있게 나오는 측면이 있다. 오타루는 메이지시대 상업과 무역이 번창했던 곳으로 삿포로보다 먼저 번화한 곳이다. 이곳에 은행이 먼저 들어서 '북쪽의 월가'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당시 건축 양식이 남아있는 건물들도 꽤 있다. 오타루 운하 근처에는 '운하창고'들이 있는데, 지금은 '오타루 맥주'를 파는 식당으로 변신했다.
오타루 일정까지 마칠 무렵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루 종일 머금은 비를 한꺼번에 뿌리듯이. 바이바이 오타루.
(*정확한 건물 위치라든가, 가격이라든가, 시간이라든가 구체적인 정보가 궁금하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기억이 허락하는 한 답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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