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긴 호흡 느린 걸음! 명상에 잠긴 나부처의 미소를 보다 버마의 옛 수도 양곤에 있는 흘라잉 마하시 위빠사나 명상 센터에서 지난달 31일 여행 참가자들이 어깨에 슈(Shew)를 두르고 점심식사 전에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인연(因緣)이 있어야만 올 수 있다’는 버마는 수천개의 파고다와 깨끗한 호수가 있는 금빛 불교의 나라다. 버마는 동남아시아의 최대 국가로, 면적이 한반도의 3.5배에 이르지만 아직 외국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다. 군부 독재가 40년 이상 지속되면서 버마는 가난하고 폐쇄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수천년 된 역사 유물과 깨끗한 자연, 그리고 버마인들의 순박함만큼은 감탄을 자아낸다. ‘아시안브릿지’와 함께하는 ‘착한 여행-메콩강 시리즈’의 마지막 여행지는 버마다. 지난달 30일 저녁 여행팀은 버마의 옛 수도 양곤에 도착했다. 4800만 인구 가운데 600만명이 살고 있는 양곤은 군부가 2006년 수도를 네피도로 옮겨감에 따라 현재 경제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별화로 자신감 양곤 시내를 지나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늘로 솟아 있는 금빛 ‘파고다’였다. 파고다는 불탑을 가리키는 영어식 표현이며 현지어로는 ‘존경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퍼야’라고 불린다. 여행을 기획한 (주)착한여행의 서윤미 기획개발본부장은 “양곤의 영혼이라고 불리는 쉐다곤 파고다는 다곤(양곤의 옛 이름)에 있는 금(버마어로 ‘쉐’) 파고다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도심으로 들어가자 양곤의 심장이라는 슐레 파고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여행 일정 동안 계속된 버마 불교와의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다.
버마 불교 몸으로 느끼다
양곤 쉐다곤 파고다에서 버마(여성)인들이 부처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여행 이틀째인 지난달 31일 현지 가이드인 미얏미얏 모모를 포함한 9명의 여행팀은 양곤 흘라잉 마하시 위빠사나 명상 센터에서 버마 불교 명상을 체험했다. 이 사원은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고 명상법을 가르쳐 준다.
버마 승려들은 이른 아침 거리를 다니며 일반 신도들에게 복을 나눠주며 음식 시주를 받는데, 이를 탁발이라고 한다. 여행팀도 사원 스님들이 탁발로 받아온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토마토 무침과 계란말이, 닭고기가 들어 있었다. 식사 후에 주지스님에게 명상을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불교를 상징하는 갈색의 얇은 천 ‘슈(Shew)’를 어깨에 걸치고 두 손을 배꼽 아래로 포갠 다음, 정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호흡을 모으는 훈련을 했다. 81세의 고령인데도 건강한 주지스님은 생활 속에서 명상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자리를 옮겨 걸으면서 명상하는 법을 배웠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마음속으로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를 반복함으로써 행동에 앞서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마음이 느긋해진다”고 말했다. 명상 체험 이후 한 스님은 “분노와 불신, 갈등은 욕심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욕심을 버리고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참가자 김종숙씨는 “버마의 불교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버마인들이 한국처럼 빠르게 걷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명상 센터는 1998년부터 교육환경이 열악한 친족, 카렌족, 몬족 등 소수민족의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도 맡고 있다. 여행에 참가한 최정배씨는 “이 나라가 불교의 나라이자, 여러 소수민족이 불교로 융합된 국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빛 파고다를 배우다
여행팀이 방문한 양곤의 영혼으로 통하는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
파고다 기행은 여행 사흘째인 지난 1일 양곤을 떠나 중부의 바간으로 이동하면서 본격화됐다. 바간은 11세기 버마족이 최초로 세운 바간 왕조가 들어섰던 고대 도시이며,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힌다. 약 2500개의 파고다가 한 지역에 모여 있다. 바간에 머문 이틀 동안 큰 종 모양의 쉐지곤 파고다를 비롯해 바간 왕조의 8대 왕인 난따웅먀 왕이 파고다의 우산(티)에게 선택받고 지었다는 틸로민로 파고다, 동서남북 각각 다른 4개의 부처상을 모신 아난다 파고다 등을 둘러봤다. 수천개의 파고다를 보며 버마의 역사를 곱씹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유적의 보존 상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훼손된 파고다도 있었다. 일부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흡한 수준이었다.
2일 버마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바간 고고학박물관과 왕궁 견학이 진행됐다. 버마 초기 문자와 과거 생활 도구, 머리 스타일 변천에 대한 자료 등 바간 왕조 사람들의 삶을 추적할 만한 자료들이 상당량 전시돼 있었다. 여행팀 이재하씨는 “한 나라를 한 번 와 보고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박물관에서 먼저 역사를 알고 유적지를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위의 호수와 소수민족과의 만남 여행 참가자들이 버마 샨주 낭쉐 인근 인레 호수를 건너 찾아간 밍뚱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점심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버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북부 샨주 낭쉐에 있는 인레 호수였다. 버마는 인구 중 버마족이 68%를 차지하고, 그 외 13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행정구역은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7개의 구와 7개의 소수민족 자치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7개 소수민족 자치주 역시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민족과 군부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800만명가량이 거주하는 샨주에는 샨족 외에도 33개의 종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늘 위의 호수’인 인레 호수는 해발 1300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3일 바간에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13시간이나 달린 끝에 호수를 만났다. 4일 보트를 타고 인레 호수로 나가보니 한 발로 노를 젓는 인타족의 뱃사공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부초를 끌어다 물 위에 만든 밭인 ‘쭌묘’와 수많은 수상가옥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한 시간가량 보트를 타고 호수 기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밍뚱 마을의 한 보육원이었다. 이 보육원은 1952년 한 스님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세운 시설로 최근에는 한 호텔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의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10여개의 소수민족 학생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행팀은 이날 이 보육원 아이들 100명을 위한 점심으로 주먹밥과 자장면을 만들었다. 여행 참가자 배명규씨는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보는 주먹밥”이라고 말했다. 한국 음식이 아이들의 입맛에 맞을까 우려했지만 “맛있냐”는 질문에 여러 학생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일정을 마치고 보트를 타고 시내로 나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로 유유히 물 위에 떠 있는 마을에서 ‘고요함’과 ‘평온함’이 전해졌다. 여행팀이 여행 기간 버마의 역사와 자연, 버마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종일관 느꼈던 것이다. 김종숙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버마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자연과 사람이 똑같이 그 색깔이나 모습이 너무 순수했다”고 말했다.
▲ 버마
·위치 : 동남아시아·기후 : 열대몬순·면적 : 67만6577㎢·수도 : 네피도(2006년 양곤에서 이전)·인구 : 4813만7741명·정치형태 : 군부 독재·언어 : 버마어·종교 : 불교 89%, 기독교 4%, 이슬람교 4%, 기타·민족 구성 : 버마(67.3%), 카렌(6.3%), 샨(5.3%), 라카인(4.2·%) 등 135개 소수민족 ·1인당 국내총생산(GDP) : 1200달러(2009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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