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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미나의 기적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Philomina, 2013)은 한 사람의 인생에 수많은 역사와 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그건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관객에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이 영화는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 필로미나(주디 덴치 분)가 50년 뒤 아들을 찾아나선다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휴먼스토리'를 기사로 쓰려는 전직 BBC 기자 마틴 식스미스(스티븐 쿠건 분)가 등장해 이 스토리에 점점 살을 붙여준다. 사실 이 스토리는 두 사람이 완성해 간다. 그런데 '필로미나의 기적'이라고 이름이 붙은 건(원작은 필로미나지만) 그의 선택이 이 스토리의 총제적인 진실을 세상에 드러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는 아일랜드의 한 수녀원에서 미혼모들을 감금하고 아이들을 돈을 받고 미국으로 입양보냈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연결된다. 그 '충격적인 사건'은 기자에겐 특종이 된다. 우연치고는 기묘하지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게 사람들의 세계다. 큰 줄기는 이렇고, 이 영화를 보다보면 '아주 좋은 질문들'이 들어 있다. 여기선 기자가 질문만 하는 건 아니다. 그 기자도 질문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역시 한 사람으로서 비춰진다. 


    


http://philomenamovie.com/videos.html


Philomena is the true story of one mother’s search for her lost son.

Falling pregnant as a teenager in Ireland in 1952, Philomena was sent to the convent of Roscrea to be looked after as a “fallen woman”. When her baby was only a toddler, he was taken away by the nuns for adoption in America. Philomena spent the next fifty years searching for him in vain.

Then she met Martin Sixsmith, a world-weary political journalist who happened to be intrigued by her story. Together they set off for America on a journey that would not only reveal the extraordinary story of Philomena’s son, but also create an unexpectedly close bond between them.

The film is a compelling narrative of human love and loss and ultimately celebrates life. It is both funny and sad and concerns two very different people, at different stages of their lives, who help each other and show that there is laughter even in the darkest places.

The book “The Lost Child Of Philomena Lee” was published in 2009. It acted as a catalyst for thousands of adopted Irish children and their ‘shamed’ mothers to come forward to tell their stories. Many are still searching for their lost families.




미국으로 입양된 아들을 찾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필로미나와 마틴. 필로미나는 가톨릭 수녀원에서 감금 당하고 아들을 빼앗겼지만, 신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는다. 마틴은 묻는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면 왜 그러한 고통을 주는가, 라고. 필로미나는 사람을 대할 때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나 늘 '긍정적인 부분'을 찾고, 마틴은 기자답게(?) 늘 의심한다. 그가 "기자는 보이는 것도 안 믿는다"고 말하듯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친절에 대해 필로미나는 "친절하기가 백만 명 중의 한 명"이라고 말하지만, 마틴은 그건 돈을 지불한 대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삶에 대한 태도가 무한히 긍정적인 것도, 또한 무한히 비판적인 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옳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 사람의 삶(직업이나 가족관계나 나이나 모든 면에서)이 너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지만 그들이 하나의 스토리에 함께 수렴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힘이었을까. 영화를 보다보면 인생에서 접할 수 있는 이런 심각한 질문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는 때론 '시시콜콜'하게 때론 '유쾌하게' 오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건 필로미나라는 사람이 가진 힘이다.

수녀원의 악행을 알고도 필로미나는 그들을 '아주 쉽게' 용서한다. 마틴은 "나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필로미나가 그 순간 마틴에게 "나는 당신처럼 되기 싫다"고 말한다. 매사 의심이 많고, 비판적인 마틴에게 가한 일침. 그것이 과연 괜찮은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개인으로서도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그런 의심과 비판들이. 다른 사람의 진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 스토리가 두 사람이 함께 여정을 떠나면서 완성되듯이, 사람의 시선이라는 것도, 이 세계의 진실이라는 것도 아픔을 이겨내는 긍정과 문제를 파고드는 비판과 의심이 공존해야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사진출처 : http://philomenamovie.com/photos.html



사진출처 : http://philomenamovie.com/photos.html



사진출처 : http://philomenamovie.com/photos.html


필로미나의 용서는 누가봐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가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가능한 것일까. 그는 용서하는 법을 아는 사람 같았다.  필로미나는 로맨스 소설을 두고 두고 읊을 정도로 소박한 취미를 가진 '평범한 아줌마'였지만 그가 살아낸 인생에서 이미 사람에 대해 용서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에게 닥쳤던 누군가의 악행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잃어버리게 된 상황들, 아들이 죽은 이후에야 알게 된 진실들 앞에서 '아프지만 견뎌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스토리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취재하면서 그분들의 스토리를 듣고 기사에 옮기면서 비슷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필로미나가 용서했음으로 그 충격적인 사건이 아무 것도 아닌 게 된 것은 아니다. 필로미나가 이 '휴먼스토리'를 기사로 쓰도록 선택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후 마틴은 <잃어버린 아이>라는 책을 낸다. (한국에도 번역돼서 나왔다. 필로미나의 기적이라고) 영화 밖의 세계에선 미혼모에 대한 가톨릭 수녀원의 악행, 그들에 대한 사회의 강박적인 시선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필로미나 한 사람의 기적이 아니라 그 시절 묵혔던 수많은 이들의 인생에,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세계에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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