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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 시리즈

과잉 설비 → 싼 요금 → 소비 증가 → 설비 추가… 한국은 전기중독사회

▲ 정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향후 15년간 연평균 3% 증가”
전력 수요 ‘과다예측’ 의혹 일어


▲ 발전소 증설 등 전력 정책 왜곡
‘밀양의 비극’처럼 갈등만 유발


정부가 2020년까지 전력수요가 매년 4% 늘어나고, 2029년까지는 3%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수립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지난해 전력수요 증가율이 0.6%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과다예측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등을 새로 더 짓기 위해 수요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계획 실무소위원회는 전력수요가 올해부터 2029년까지 15년간 매년 3%씩 증가하고 특히 2020년까지는 연평균 4%씩 늘어날 것으로 잠정 전망했다. 또 전기요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의 2분의 1 수준으로 상정했다. 이렇게 되면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요억제는 어려워진다. 전력수급계획은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와 전력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공급할지를 담는 것으로 2년마다 작성된다. 7차 계획은 다음달 말 확정될 예정이다. 

이런 전망대로 7차 전력수급계획이 결정될 경우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보면 이미 계획된 발전설비만으로도 전력공급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재 계획 중인 발전소 17기가 지연 준공되고,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발전소 8기의 가동이 늦어진다 해도 향후 12년간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단기 전력수요 증가율이 3%대가 된다면 당장 발전소를 착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수요 과다예측을 근거로 한 ‘마구잡이식’ 발전소 건설은 많은 갈등을 유발해왔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인 발전소는 55기에 이른다. 이를 짓고 송전선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2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한 데 이어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에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기간 중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2기에 대해서도 가동연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초고압 송전탑 건립에 반대하며 주민 2명이 목숨을 끊은 ‘밀양의 비극’이 보여주듯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공급 시스템은 지역분산형 전력 생산과 자연에너지 육성으로 전환하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다. ‘발전소부터 짓고 보자’는 공급정책과 싼 전기요금으로 우리 사회의 ‘전기 중독’은 심각한 상태다.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전력정책은 불신과 반목을 키워왔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계획이 밀실에서 수립되고, 이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되지만 제동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녹색당과 공동으로 정부의 왜곡된 전력정책을 심층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집중 기획시리즈 ‘전기중독 사회를 넘어서’를 싣는다.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해온 에너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가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를 담는 종합계획으로 2년마다 작성된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글 유희곤·사진 김영민 기자 hulk@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전기 남아도는데 “원전 더 필요하다”는 정부

ㆍ(1) 발전소가 남아돈다

▲ “전력 충분하다” 지적에도 2035년까지 11기 추가
과소비 부르는 싼 전기료, 발전소 공급과잉 초래


충남 지역의 한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는 올 들어 가동률이 5%대로 떨어졌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1년 중 전기를 생산하는 날이 20일에 그치게 된다. 2008년 완공된 이 발전소는 가동률이 2013년 77%에 달했으나 지난해 41%로 떨어졌고 급기야 한 자릿수가 됐다. 전기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19일 “내년에는 발전효율이 높은 민간 LNG 발전소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해안가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원자력발전소들. 정부는 원전의 발전비중을 26%에서 29%로 늘리기로 했고 원전을 현재의 23기에서 34기로 늘릴 계획이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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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 남는데도 추가 원전 계획

국내 전력공급은 발전단가가 싼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이 기본적인 전력생산(기저발전)을 담당하고, LNG나 신재생에너지가 부족분을 메운다. 그런데 전기가 남아돌면서 LNG 발전 가동률은 2013년 67.1%에서 지난해 53.2%로 1년 새 14%포인트가 급감했다. LNG 발전소 절반이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인 것이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LNG 발전소 가동률은 2022년 17%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올해부터 LNG 발전소들은 대부분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951만㎾를 공급할 신규 발전소 건립을 확정했다. 화력발전소 투자비만 15조6388억원에 이른다. 발전설비 과다건설은 송배전 설비 과잉투자를 부른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전이 송배전 설비 건설에 투자한 돈은 22조5167억원이다.

하지만 정부의 6차 수급계획은 과잉전망에 근거한 과잉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6차 때 확정된 발전소 중 상당수를 짓지 않아도 전기가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사전평가’ 보고서에서 예산정책처는 신고리 3·4호기 등 발전소 17기(1573만㎾) 건설이 늦어져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신경기~강원~신울진’을 연결하는 230㎞의 신규 송전선로 ‘신강원권 765㎸’가 늦어져도 전력부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송전선로는 신한울 3·4호기 등 인근 6기 발전소(680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예산정책처 허가형 사업평가관은 “신강원권 765㎸가 당초 계획보다 2년 늦게 건설되더라도 2025년까지 설비예비율은 2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7차 계획에서는 이미 수립해둔 원전 건설 계획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 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원전설비 비중을 26%에서 29%까지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전 설비용량인 2071만㎾보다 2배 많은 4300만㎾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고리 1호기 등을 폐로하지 않는 한 원전은 23기에서 34기로 늘어난다. 우선 지난해 11월 운영승인을 받은 신월성 2호기가 올해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등 4기가 건설 중이다. 또 신고리 5·6·7·8호기와 신한울 3·4호기 등 6기가 추가로 건설된다. 신고리 7·8호기는 강원 삼척이나 경북 영덕 중 한 곳에 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중에서도 반핵 여론이 높은 삼척 대신 영덕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 직원이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실에서 전력수급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싼 요금이 ‘발전소 난립’ 초래

사실 발전소가 남아도는 상황은 최근의 일이다. 2003년 17%였던 전력설비 예비율은 2012년 4%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전기요금이 싸서 과소비가 이뤄진 탓이다. 2000년 이후 2012년까지 소비자물가는 45%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3% 오르는 데 그쳤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4년 에너지통계 연보’를 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제조업의 전력사용량 증가율은 69.1%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34.0%)의 두 배에 달했다.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석유와 가스 대신 전기를 쓰는 ‘전력화 현상’이 심화됐던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은 6가지나 되지만 원자력이나 발전용 유연탄에는 세금이 거의 부과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은 억제하면서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 전기 과소비를 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강력한 전자파 암 유발·소음 피해… 초고압 송전탑의 폐해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화력발전소 10기 들어설 ‘청정 강원’ 미세먼지 속수무책

ㆍ2021년까지 건설… 주민 “광산 이어 또 피해 주나”
ㆍ대기오염으로 건강 위협… 정부, 구체적 대책 미비

강원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해안에는 1980~1990년대 원전 건설을 막아낸 주민들의 ‘반핵 의지’를 담은 ‘원전 백지화 기념비’가 있다. 근덕면 일대는 2012년 다시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근덕면 원덕읍에선 최근 154㎸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찾은 근덕면 상맹방리 입구에는 ‘포스코 화력발전소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삼척에는 원전뿐만 아니라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도 들어선다.

이곳에 국내 최대 화력발전소가… 국내 최대급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립이 예정된 강원 삼척시 적노동 상맹방리의 옛 광산 부지. 땅이 움푹 파인 곳에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 미칠 환경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표적 청정지역인 강원도에는 2021년까지 화력발전소가 10기 더 들어설 예정이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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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파워(포스코에너지의 자회사)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삼척시 적노동 동양시멘트 광산 부지에 2021년까지 발전용량 2100㎿(1050㎿급 2기)의 발전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중 최대 발전 용량으로 원전 2기 규모에 이른다. 

상맹방리 이장 진광선씨(44)는 포스파워가 지난 2월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사본을 내보이며 “발전소가 대기를 오염시켜 주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이곳 주민들은 시멘트 광산에서 나온 먼지로 이미 수십년간 피해를 입어왔다”고 말했다. 진씨는 “발전소를 분지 지형인 광산 부지에 지으면 굴뚝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인근 마을에 곧바로 피해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포스파워는 “굴뚝 높이를 일반 발전소보다 높게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용차 편으로 대로변에서 10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 보니 발전소 부지가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처럼 움푹 파여 있다. 움푹 파인 곳에 발전소를 지으면 굴뚝 높이가 낮아져 인근 마을의 대기오염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포스파워는 발전소 가동을 위해 맹방리 해변가에 하역부두와 방파제, 취수로·배수로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해안 침식도 예상된다. 진씨는 “발전사는 환경 피해에 대해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고 말했다.

‘청정 강원도’가 석탄화력발전소로 뒤덮이게 된다. 강원도에는 2021년까지 10기(9370㎿)의 화력발전소가 새로 지어진다. 발전용량으로 계산하면 현재(725㎿)의 13배로 늘어난다. 전력거래소의 예측에 따르면 강원도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양의 8배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낼 예정이다. 쓰지도 않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석탄화력발전소는 53기(2만6278㎿)에서 2021년까지 77기(4만7968㎿)로 늘어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해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강원도의 미래는 현재 화력발전소가 26기로 가장 많은 충남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예측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2년 8750만t, 사회적 비용은 2조7162억원에 달했다. 

단국대가 2013년 충남도 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285명의 건강피해를 조사한 결과 당진과 태안에서 조사대상 30% 이상이 고위험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우울과 공포·불안을 호소하는 주민은 42.3~50.4%에 달했다.

초미세먼지(PM2.5)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결과도 충격적이다. 그린피스는 3월 미국 하버드대학 다니엘 제이콥 교수 등과 공동조사한 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로 뇌졸중, 폐암, 심폐질환 환자가 발생하고 연간 최대 16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나온다”고 발표했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국제학술지인 직업환경의학회지에는 “수도권의 30세 이상 성인 중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0년 한 해에만 1만5346명으로 수도권 사망자의 15.9%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초미세먼지(PM2.5)

PM은 미세먼지를 뜻하는 ‘Particulate Matters’의 약자이고 뒤의 숫자는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다.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사람 머리카락의 20분의 1~30분의 1 굵기다. 폐포에 침투하거나 모세혈관을 타고 체내 깊숙이 들어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삼척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폐로냐, 수명 연장이냐… 고리 1호기 운명 내달 중 ‘가닥’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420명 사는 섬 “원전 도움 안 받겠다” 에너지 독립선언

ㆍ‘탈핵 섬’ 이와이시마

▲ 33년째 인근 섬 원전 반대
‘후쿠시마’ 이후 자립 결심


▲ 태양광 발전소 3곳 설치
선박엔 충전용 패널 달아
“느리지만 꾸준히 갈 것”


배에서 내려 선착장을 나서자 부둣가에 ‘원전 절대 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낡은 간판이 보였다. 지난달 20일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에서 기차와 배를 갈아타고 4시간 걸려 닿은 이와이시마(祝島)의 ‘탈핵의 섬’다운 첫인상이었다. 

이와이시마에서 자연주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요시카와 다카코가 ‘솔라 쿠커’로 물을 끓이고 있다. 우산처럼 보이는 게 솔라 쿠커다. 이와이시마(야마구치)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야마구치(山口)현 가미노세키초(上關町)에 속한 여의도 두 배 남짓한(7.6㎢) 이와이시마는 인구 420여명, 평균 연령 79.5세의 초고령화 섬마을이지만 탈핵을 염원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순례 코스’로 통한다. 33년째 원전 건설 반대 운동을 해온 섬 주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2011년 ‘에너지 100% 자립 섬’을 선언해 일본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가난하고 노령화된 섬마을이 이루기 쉽지 않지만 ‘느리지만 꾸준히’ 꿈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1982년 주고쿠(中國)전력은 이와이시마에서 3.5㎞ 거리에 있는 섬에 137만3000㎾ 규모 원전 2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와이시마 해변에서 건설 예정지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깝다. 가미노세키초 8개 어업협동조합(어협) 중 7개 어협은 원전 건설에 동의해 125억엔(약 1126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거부했다. 주민들은 그해부터 매주 월요일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원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요즘도 40~50명이 꾸준히 집회에 참여한다. 1219번째 집회가 예정돼 있던 이날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취소됐다.

대대로 어업과 비파(과일의 일종) 농사를 하며 안온하게 살아온 섬 주민들은 주고쿠전력의 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섬의 평화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른 지역 원전을 견학하고, 섬 출신의 원전노동자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한 끝에 원전이 들어설 경우 어업이 불가능해진다는 결론에 이르자 원전 반대를 결의했다. 타지에 나갔다 “원전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귀향한 야마토 사다오(65)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1985년부터 도민회 대표를 맡아 2011년까지 원전 반대 운동을 이끌었고 지금은 아들 다카시(37)가 ‘에너지 100% 자립 섬 만들기’ 프로젝트의 사무장을 맡고 있다. 다카시 역시 오사카로 나갔다가 2000년 귀향했다.

선착장에서 5분쯤 떨어진 도민회 사무실을 찾았더니 한쪽 벽은 ‘이와이시마를 지키자(祝島をまもれ)’ ‘이와이시마 원전 안돼(祝島に原發はダメ)’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일본 전역서 보낸 성원의 엽서들로 가득했다. 도민회 대표 시미즈 도시야스(60)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미노세키 원전은 건설심의가 중단됐지만 아베 정권이 원전 재가동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이와이시마 전경 이와이시마(야마구치)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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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쿠전력은 2009년 원전 반대 집회로 공사를 방해했다며 주민 4명을 상대로 4800만엔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미즈는 “소송은 주민들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며 “원전건설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반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80년대 1300명이던 주민이 420여명으로 줄어든 데다 고령화가 심각해져 끝까지 관철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일본을 충격 속에 빠뜨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소송 문제로 의기소침해 있던 주민들을 일깨웠다. 주민들은 탈원전이 자신들만의 일이 아님을 확인하고 기운을 차렸다. 사고 석 달 뒤인 2011년 6월 도민회는 ‘에너지 자립 섬’ 계획을 선언하고 사단법인 ‘천년의 섬 만들기’를 만들어 실행에 나섰다. 후원자들로부터 소득의 1%씩 섬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기부를 받아 추진한다. 현재 1100만엔(약 9900만원) 정도가 모여 마을 3곳에 2㎾, 6㎾, 10㎾급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선박 13척에 선박 배터리 충전용 태양광 패널도 달았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전력회사에 되팔아 수익금을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풍력발전에 착수한다.

이와이시마 부둣가 창고에 ‘원전 절대 반대’라고 쓰인 간판이 걸려 있다. 이와이시마(야마구치)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하지만 에너지 자립화의 속도는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농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난한 섬마을 주민들이 정부나 자치단체 지원 없이 기부만으로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란 처음부터 버거운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주민 전체의 의견을 듣고 뜻을 모아야 운동의 뿌리가 튼튼해진다고 주민들은 생각한다. 야마토는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산을 깎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좋은 취지라도 주민 합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탈원전과 에너지 자립은 특별한 구호나 이벤트가 아니라 섬 주민들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그저 조상이 물려준 아름다운 섬을 지키고 싶을 뿐.” 2박3일간 섬에 머물며 만난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 특별취재팀 경제부 김희연·이재덕, 전국사회부 김향미,산업부 유희곤 기자 윤희일 도쿄특파원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이와이시마(야마구치) |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원전으론 지속가능한 삶 불가능… 낡은 집 고쳐 쓰며 공동체 이뤄”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시민들 “우리 손으로 전기 생산” 거대 전력회사 물리쳐

ㆍ시민발전소 세운 독일 쇠나우를 가다

▲ 체르노빌 사고 목격 후
‘탈핵’ 결심… 11년간 투쟁


▲ 마을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
독일 전역 15만명에 공급
수익의 4% 조합원에 배분
나머진 재생에너지에 투자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에서 스위스 바젤로 이어지는 흑림(黑林)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쇠나우’라는 마을이 나온다. 지난 4월27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인구 2500명의 작은 마을 쇠나우는 현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 요하임 뢰프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주민들이 대형 전력회사와 맞서 싸워 전력 배전권을 독일에서 처음으로 인수한 ‘에너지 혁명의 성지’로 유명하다.

쇠나우의 시민발전소 ‘EWS’는 태양광 패널을 지붕 위에 얹은 1층짜리 패시브하우스(에너지절약형주택)와 가정집을 개조한 3층 건물이 전부다. 마을 주민이 생산한 전기를 사들여 독일 전역에 공급하는 배전 업무를 주력으로 한다. 주택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 상점들 출입문에는 ‘남쪽 쇠나우에서 온 전기를 사용한다’는 문구가 적힌 태양 그림 스티커가 붙어 있다. 쇠나우의 첫인상은 ‘재생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이 최적화돼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이었지만 이를 이뤄내기까지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EWS의 홍보책임자인 탄야 가우디안은 “원전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전력회사를 내쫓고 시민발전소를 만들기까지 11년에 걸친 투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 쇠나우의 케밥가게 출입문에 ‘쇠나우에서 온 전기를 사용한다’고 쓰인 태양그림 스티커가 붙어 있다. 쇠나우(독일)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 대기업에 맞선 무기 ‘쿠키와 잼’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낙진이 1700㎞ 떨어진 독일 남부에까지 넘어오자 쇠나우 마을은 공포에 휩싸였다. 방사성 요오드로 인한 갑상샘암 발병이 늘었고, 아이들 사망률도 높아졌다. 위기감이 커지면서 의사, 변호사, 경찰 등 쇠나우 주민 9명이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 모임을 결성하고 원전반대·절전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재 EWS 공동대표인 우르슬라 슬라덱도 교사였다.

주민들이 가세하면서 운동은 시민들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쪽으로 확대됐다. 소형 열병합 발전기를 보급하는 한편 마을 어귀에 방치돼 있던 소수력 발전설비도 재가동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전기는 배전 독점권을 쥐고 있던 전력대기업 ‘KWR’에 판매해야 했다. 쇠나우 주민들이 발전은 물론 배급까지 자립적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KWR는 1991년 지방의회에 향후 20년간 배전 독점권을 보장해주면 매년 2만5000마르크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지역의회가 제안에 응하자 주민들은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독점권 계약 저지를 위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독점권 연장을 반대하는가’를 묻는 투표에 ‘네’라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Ja(네)’라고 쓰인 하트모양 과자를 만들어 돌렸다. 주민 75%가 참여한 투표에서 55%가 독점권 연장에 반대했다. 첫 번째 승리였다. 주민들이 세운 시민발전소 EWS가 4년 뒤 배전업체로 선정됐지만 이번엔 KWR가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EWS의 인가를 취소하고 KWR가 전기를 공급하는 데 찬성하는가’를 묻는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주민들은 ‘NEIN(아니요)’이라고 쓰인 잼을 돌렸다. KWR를 지지하는 칫솔 제조업체는 ‘EWS가 전력을 공급하면 비싸지고, 불안정해진다’는 전단과 칫솔을 돌리며 맞섰다. ‘칫솔 대 잼’의 싸움이었다. 다행히 투표자의 과반(52.4%)이 ‘잼’을 선택했다.

투표에선 이겼지만 EWS가 전기를 공급하려면 KWR의 배전망을 사들여야 했다. 870만마르크(약 54억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조합원을 모으고, 독일 전역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후 KWR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사실이 판명되면서 EWS는 1997년 3월 KWR의 배전망을 580만마르크(약 37억원)에 인수해 11년3개월에 걸친 투쟁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JA(예스)라고 적힌 하트모양 쿠키


독일 쇠나우의 교회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 이재덕 기자


■ 비싸도 태양광 전기 쓰는 소비자

흐렸던 하늘이 오후 들어 개기 시작하자 마을 언덕 위 교회 지붕이 반짝거렸다. 51.5㎾ 전력을 생산하는 마을의 첫 태양광 패널이다. 

안내판에는 ‘쇠나우의 창조 윈도’라고 쓰여 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창이자,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창이라는 뜻이다. 당초 EWS는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들여 마을에 공급했다. 1년 뒤, 1848년 혁명 150주년 마을 행사에서 EWS 조합원인 피터 목사가 80여년 된 교회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EWS에서 시작한 전력혁명을 완성하겠다’는 이 선언이 기폭제가 됐고, EWS가 재생에너지를 비싼 가격에 사들이면서 마을 내 태양광 패널 설치가 확산됐다. 현재 생산자들은 3500여명에 이른다. 

EWS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식 100%를 소유한 협동조합 산하 주식회사다. 수익의 4%를 조합원 4000여명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96%를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 등에 투자한다. 주민들이 집에서 생산한 태양광 외에도 마을 반경 5㎞ 내에 열병합, 수력, 풍력 발전소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요금은 비싼 편이지만 이 회사의 전기를 쓰는 소비자는 독일 전역에 15만명에 이른다. 탄야 가우디안은 “EWS의 투쟁 과정을 지켜본 독일 시민들이 EWS를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회원은 전기요금으로 한 달 기본요금 6.9유로 외에 1kwh당 26.27센트(재생에너지 지원금 0.5센트 포함), 27.35센트(재생에너지 지원금 1센트 포함), 28.54센트(재생에너지 지원금 2센트 포함)를 선택해 지급한다. 회원이 소비하는 전력은 1년 평균 2417kwh로, 독일 일반 가정 평균 소비량인 3473kwh보다 30%가 낮다. 필요한 만큼만 전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마을에서 케밥집을 운영하는 터키인 술탄도 2년 전부터 쇠나우 전기를 쓰고 있다. 점심때를 맞아 부지런히 케밥을 만들던 술탄이 말했다. “조금 비싸지만 낸 전기요금이 되돌아와 마을을 풍요롭게 하지요. 저는 전기도 케밥에 들어가는 채소도 쇠나우에서 나온 것만 고집합니다.”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쇠나우(독일)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태양광으로 두부 만들고 고추 빻고… “읍내 안 가 돈 절약”

ㆍ(5) 에너지 자립 꿈꾸는 마을들
ㆍ주민 주도로 에너지 절약 실천하는 임실 중금마을

▲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시작
환경에 대한 자각 싹트며
태양광 발전 자연스레 정착
두 집 건너 한 집 태양광


전북 임실의 중금리(중금마을)는 3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바로 옆의 화성리, 금당리와 함께 임실치즈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달 7일 중금마을에 들어서자 태양광 패널을 올린 집들이 우선 눈에 띄었다.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마을 도서관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학교 끝나면 방과후수업으로 항상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인근 기림초등학교 학생들은 ‘바이오 연료로 움직이는 경운기 타기’ 등 친환경 체험학습을 하러 마을을 찾는다. 마늘밭에서 호미질을 하던 마을 아낙은 “화학비료 없이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마을 공동텃밭”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일 하늘에서 바라본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사진 왼쪽에 위치한 방앗간과 사진 가운데 붉은 돔 지붕의 도서관, 그 바로 뒤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과 주택 10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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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마을은 전 가구의 3분의 1인 10가구가 태양광 발전을 한다. 2010년 정부의 ‘그린 빌리지 사업’ 보조금을 받아 가구당 3㎾짜리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다. 대부분 실패로 끝난 ‘녹색마을’과 달리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과 마을 주민이 보조금 사용 방식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사용처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기 보조금은 월 전력 사용량이 350kwh 이상으로, 마을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자부담은 100만원으로 정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집이 발전설비를 갖춰야 발전기 설치비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을 이용하지 못하는 가난한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마을회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중금마을 방앗간은 할머니들이 텃밭에 심은 콩을 수확해 3000원짜리 ‘우리콩두부’를 생산하는데 이곳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두부를 만들 때도, 고추나 쌀을 빻을 때도 태양에너지를 쓴다. 마을 주민에게는 비용이 ‘공짜’다.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에서 활동하다 이곳에 정착한 김정흠씨(49)는 “할머니들이 고추를 빻으러 읍내 방앗간에 가려면 왕복 버스요금 2400원을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줄었다. 그만큼 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며 웃었다. 


통상 농촌 마을의 태양광 발전기 설치사업은 정부 보조금으로 진행된다. 자치단체가 보조금을 받아 농촌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민들은 환영한다. 하지만 태양광으로 아낀 전기요금만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 부담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채 관이 주도하는 보조금 사업의 폐단이다. 

하지만 중금마을은 시작부터 달랐다. 2008년 ‘쓰레기 분리수거’ 사업부터 손을 댔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의 쓰레기 현황을 조사하고 빈 포대에 ‘농약병’ ‘농약 봉지’ ‘병뚜껑’ ‘깡통’ 등의 푯말을 붙인 분리수거함을 설치했다. 폐품은 팔아 마을기금으로 썼다. 이후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길에 농약병을 버리는 일이 차츰 사라졌다. 쓰레기가 줄어들자 지자체 수거차량의 방문도 줄었다. 김씨는 “에너지 절약과 전환은 시설만 그럴싸하게 갖춰놓는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쉬운 일부터 조금씩 주민들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화가 마을에 자리 잡기까지 4년이 걸렸다.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자각이 싹트면서 태양광 발전사업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쓰레기 분리수거 다음 단계는 ‘주택 에너지 효율 높이기’였다. 전북의제21이 양성한 ‘에코 홈 닥터’가 마을에서 에너지 교육을 실시하고 백열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꿨다. 세면장에는 절수형 샤워 꼭지를 달고, 외풍을 막는 문풍지와 방풍 실리콘을 붙였다. 

중금마을 친환경 수업에 참석한 기림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 폐식용유로 만든 연료를 경운기에 넣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중금마을은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에도 힘을 기울인다. 김씨는 “시민 주도의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려면 어린 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자비를 들여 자택에 환경교육장을 만들었다. 매주 화요일에는 초등학생 35명을 대상으로 방과후 생태수업을 진행한다. 폐식용유로 바이오에탄올을 만들고, 이를 마을 관광용 경운기 연료로 사용한다. 

중금마을의 에너지 전환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 중이다. 마을의 마스코트는 지구를 짊어진 달팽이다. 자연과 공생하는 마을을 목표로 조금씩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의 아이디어를 집약한 ‘마을 비전 2020’을 만들어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안내판의 맨밑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후쿠시마는 위대한 스승이다.’

■ 특별취재팀 경제부 김희연·이재덕, 전국사회부 김향미, 사회부 유희곤 기자, 윤희일 도쿄 특파원


<경향신문·녹색당 공동기획>

<임실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전기중독사회를 넘어서]소수력·열병합 발전 늘려가는 서울 ‘전력 자급률 2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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