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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1 유혹하는 플라스틱 (5)
알음알음2014.03.11 16:11


전 세계에서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미국과 한국은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 '성형공화국'으로 불린다. 미국 사회학자 로리 에시그는 <유혹하는 플라스틱>(2014.1, 이른아침)에서 "성형수술과 미국 경제의 붕괴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말한다. 플라스틱 서저리. 성형수술. 플라스틱 머니. 신용카드.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플라스틱'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이 책은 '성형'이라는 구체적인 행위가 이뤄지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먼저 짚었다. 전쟁과 우생학, 영화의 시대 등장 등등. 


플라스틱 머니와의 연관성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더 긴밀하게 드러났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것의 결과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우리 모두는 우리가 가진 문제들이 우리의 것이며, 오로지 우리들만의 몫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한 사람의 실업은 그 사람 개인의 이슈였다. 1500만 국민들의 실업도 여전히 각 개인들의 이슈였다. 신자유주의 수사법에 대한 한 분석은 '갈수록 많은 공공의 이슈들이 개인적인 생활양식상의 애로와 문제들로 규정되었다.'고 말한다. 개인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은 얻느냐의 문제는 오로지 개인에게 맡겨질 뿐, 국가와 사회의 목표는 아닌 것이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어떻게 인간의 몸을 바꾸려는 시도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미국인의 육체(정치체제와 말 그대로의 육체 모두)는 이 새로운 질서의 자발적인 인질이 되었다. 의료산업의 규제를 풀고 금융업이 새로운 형태의 신용을 창출하도록 허용해서 대다수 국민을 경제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든 신자유주의는, 마침내 평범한 미국인들의 육체에 성형수술이라는 형태로 아로새겼다."




미국인들은 경제불안에 대한 해소의 방법으로 집단행동이 아니라 완벽한 집, 완벽한 주방, 완벽한 차, 완벽한 몸을 만들어내는 게 개인적 과업의 성취 여부에 달려있다고 믿게 됐다. 그럼으로써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라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더 많은 빚을 지게 됐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이러한 패턴에 빠지는 게 것을 "자신이 열심히 하면,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주의"라는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다고 봤다. 한국인들에게서도 자주 들었던 그것. We can do it.) 



구체적인 예로, 1982년 미 연방대법원은 의사들에게 광고를 허용했다. 그 이전에도 의료광고는 허용했지만 의사들에게 광고를 허용하지는 않았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신자유주의 논리로 의료계에서도 '시장의 마술'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88쪽)

그로부터 환자들은 이제 고객이 된다. (성형수술 광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광고가 얼마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유혹하는지는 누구든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성형수술을 하도록 유인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한다거나, '비용'을 지금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이는 플라스틱 머니가 있으므로 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의료신용'이 존재함으로써 부자 의사들은 더 부유하게, 가난한 환자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유방 성형을 받을 여력이 없다고? 대출을 받아! 그리고 걱정하지 마. 모든 일은 좋아지기만 하니까. 비용은 미래에 갚으면 돼. 유방 성형이 더 나은 직업과 더 좋은 남편을 얻게 해준 다음에 말이야. "(105쪽)

저자는 플라스틱 소비가 건네는 미래의 약속에 유혹된 사람들-우리 모두-는 이처럼 완벽함의 약속에 유혹돼 스스로 플라스틱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한다.



 문화적인 요소로는  TV, 대중문화의 영향이 크다.  대중문화가 곧 성형에 대한 수요를 불러오고, 이는 성형산업을 키우고 있다. 또 미국의 한 의사는 "성형수술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과체중처럼 보이게 하는 의복 때문에 생긴 불가피한 결과다"라고 했다. (145쪽) 패션이 문제라는 말이다. 기성복에 몸을 끼워맞춰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거의 모든 옷은 날씬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화장품, 다이어트 제품 등 미용산업도 당연히 한 몫 한다.


저자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완벽한 육체를 원하게 된 이유를 '플라스틱 이데올로기 콤플렉스'라고 말했다. 이는 "성형과 관련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문화적 각본들의 집합"을 말한다. 너무나 지배적이어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런 강력한.


그리고 이를 더 가속화하는 건 '자기 개선'이라는 의식.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강요받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개인의 잘못이고, 완벽하지 못함은 그릇됨으로 인식된다. ( 성형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태미녀, 민낯미녀 등의 조어들이 등장하는 건 성형 이전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개인적인 노력으로 완벽해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자신의 정서적 경제적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책 말미의 글이 궁금해졌다. 특히 개인으로서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성형외과들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나고부터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기 때문에 성형외과를 더 찾아온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미국 안에서만 성형산업과 성형신용을 규제한다고 해서 끝날 일도 아니었다. 저자 말대로 이제는 글로벌 플라스틱 시대가 되었으니까.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정부의 규제로는 이 흐름을 거스르기 힘든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를 양산한 신자유주의가 붕괴한다면 어떨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 <플라스틱 공화국의 미래>다. (책장을 넘기기 전 어느 정도의 해답이 있길 바랐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과 싸워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모습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말하는 대중문화에 저항해야 한다."

"우리는 은행과 의학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란 개인적인 과제가 아니다 ."고 말한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도 없고 유지할 필요도 없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란 말이 아니지 않는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그게 그게 답에 가까워 보인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정리돼 있다. " 무한한 기회가 열린 완벽한 꿈의 전경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기회가 골고루 배분되는 나라, 개개인의 모두의 삶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좋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완벽에의 추구를 멈출 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히 좋은 그런 사회를 요구할 때, 우리가 사는 나라는 플라스틱의 제국이 아니라 사람 사는 실제  세계로서의 국가가 될 수 있다."



■각 나라별 성형수술(절개 + 비절개) 총량 비교 (단위 : 만명)

미국 311                                                                                 



브라질 114

중국 105

일본 95

멕시코 79 

이탈리아 70

한국 65

콜롬비아 37

대만 18

그리스 14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한국 13.5

그리스 12.5

이탈리아 11.51

미국 9.89

콜롬비아 8.21

대만 7.82

일본 7.48

브라질 7.26

프랑스 6.94

멕시코 6.91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 발표, 2011년 기준)/이코노미스트


Posted by sok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