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小2014.02.17 16:51

"사람은 언제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2010)는 짧은 시구로 시작한다. 자타공인 '호청년'이라고 불리는 유타카는 "하늘을 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 1975년, 그는 결혼을 앞두고 '승진'을 위해 태국 방콕에서 3개월간 머무르게 된다. 그는 "최대한 많은 비행기들을 하늘에 띄우고 싶어서 조종사가 되기보다는 항공사를 택할 만큼" 큰 야망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외모도 준수하고, 성격도 호탕한 그는 태국 일본회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회사 야구팀 경기 중 팀을 위해 '희생 번트'를 치라는 감독의 지시를 거르고 그는 방망이 힘차게 내리쳐, 담장 너머로 공을 날려버린다. 어느날 매력적인 여성 토우코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가 날린 '홈런볼'을 들고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진다. "만날수록 더 보고싶은" 토우코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로 인해 유타카는 결근도 잦아지고 약혼녀의 전화도 자꾸만 놓치게 된다. 유타카는 현실에서의 삶으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 그런 위기감이 들수록 토우코에게 점점 빠져든다. 사실 이질감이 느껴지는 공간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그 자체로 설렘을 동반한다. 둘이 그 공간에서 만났다는 것이 운명이라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토우코는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오리엔탈 호텔의 서머셋 몸 스위트룸에서 산다. (감독은 서머셋 몸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린 노력할 뿐이다'란 글귀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재벌 남편과 헤어진 후 호텔에 살고 있다는 것 이외에 그에 대해서 더이상 알 수 없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비현실적이다. 호텔 스위트룸에서 머물면서 오픈카를 타고 먹고 마시며 쇼핑까지 즐기는, 비현실적인 상태의 사랑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생활'이라든가, '일상'은 비현실에 가려지듯 유타카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 사랑에 합류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가 들어온다. 그것은 네 갈 길이 아니다. 네 모습이 아니다라고. 유타카는 결국 결혼을 앞두고 도쿄로 돌아간다. 토우코는 뉴욕으로 떠난다. 토우코가 "당신의 꿈에 반했다. 꿈을 이루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바보, 호청년"이라고 말했지만, 유타카는 '현명한 남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25년 후, 아주 멍한 표정의 유타카가 화면에 등장한다. 겉늙은 이 중년의 남성은 표정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정말,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그, 다시 방콕을 찾게 됐고 오리엔탈 호텔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난 토우코. 둘은 서로 많이 그리워했음을, 고백한다. 유타카는 자신의 일상이 매우 단조롭고, 규격화돼 있으며 자신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토우코에게 돌아오지만 투병생활을 했던 토우코는 그의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안녕, 언젠가'는 그래서 언젠가는 이별이 있음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한다.  


중년이 된 유타카가 허무를 느끼는 것은 토우코와의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가까워보였다. 그래서 큰 아들이 "아버지는 아버지 삶이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진부한 설정 같았다. 누구나가 한 번쯤, 되돌아보겠지, 하는 그런 진부한 그리움 말이다. 그걸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이기에 그가 토우코를 찾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고 현실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호청년이던 시절 그가 감독의 말을 어기고 홈런을 쳤던 것처럼, 그는 다시 남의 시선을 뒤로 하고 새로운 결심은 하지만 그것이 곧 이별을 맞는 과정이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혹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약혼녀였다가 부인이 된 미츠코의 사랑. '사요나라 이츠카'는 미츠코의 시다. 약혼남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도, 또 그가 평생을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지냈다는 것을 알고도 그는 왜 유타카를 받아줬을까, 그리고 어떻게 무한한 이해를 보낼 수 있었을까. (유타카도 그다지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시에 나와 있는 구절로 짐작해 볼 뿐이다. '사람은 죽을 때 사랑한 기억을 가지고 가는 사람과 사랑받은 기억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미츠코는 사랑한 기억을 택했다. 


+) '인생을 살아보니, 다 허무했다. 그래도 꿈을 좇던 시절이 즐거웠다' '어차피 사람은 이별하면 산다'와 같은 허무와 회의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들을 쏟아내고, 메마른 것 같은 중년에 '그런 호시절이 있었구나'와 저릿함이 감동적이다. 

+) 방콕의 곳곳을 아름다운 데이트 장소로 연출해 낸 영상미가 돋보인다.


*<사요나라 이츠카> 공식 블로그에서 작품에 관련한 프로필 이미지들을 가져왔다. http://blog.naver.com/sayonara2010


유타카 : 준수한 외모, 야망을 가진 남자. 


토우코 : 자유로운 영혼의 아릿다운 여성



미츠코 : 현명한 것 같지만 바보같은 여성



감독 : 이재한



<사요나라 이츠카>의 원작자






Posted by sok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