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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음

유홍준, 이번엔 일본 속 한국 문화유산답사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2권

유홍준 지음 | 창비 | 1권 360쪽·2권 328쪽 | 각권 1만6500원


‘일본답사 일번지’ 나라현(奈良縣) 다카이치군(高市郡) 아스카촌(明日香村). 아스카역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 ‘꿈을 파는 집’에서 자전거를 빌려 고즈넉한 마을을 달린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향이 남아 있는 다카마쓰(高松) 고분으로 향한다. 일본 속 한국문화가 눈길을 끈다. 발길을 돌려 찾아간 천년 고찰 흥복사에서 시간을 보내자면 일본 고대 불교문화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2권을 펴냈다.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간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른바 ‘문화유산 답사’라는 하나의 문화를 일궈냈다. 저자가 이번에 나라 밖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까닭은 “한·일관계의 과거사 문제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쌍방적인 역사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봤다.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는 규슈 지역을 답사하며 한반도 도래인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조선 분청사기가 일본화된 가라쓰야키의 옛 가마터, 백촌강 전투 후 망명한 백제인들이 백제식으로 쌓은 수성(水城) 등을 찾는다. “일본은 우리 도자기 기술을 가져다 도자기 왕국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했는가”, “수성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니”. 역사의 현장이다.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아스카 문화 유적지와 주요한 옛 절들을 답사하며 한반도와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관계, 일본문화의 미학을 돌아본다. 자국의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설파하다보면 종종 ‘민족주의의 편협함’에 빠진다. 그러나 저자는 “문명의 빛을 일본에 전해준 것은 우리의 자랑이지만 일본 고대문화를 죄다 한국에서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꾸짖듯이 그들이 노력해 이룬 것에 대해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30년 전 흥복사 국보관의 조각들을 보고 놀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 일본이 자기 양식을 만들어내고 독자적이고 풍부한 불교 문화를 창출했다는 것을 여기서 비로소 알았다”(2권·216쪽)고 했다. 이 구절처럼 저자는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한다. 다만 국내편과 다르다면 “양국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집필 목표가 뚜렷이 나타난다. 


친절한 길 안내와 정겨운 풍경을 담은 사진, 역사 연표까지 담은 걸 보면 일본 여행서이면서 일본학 개론서다. 저자는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 서문에서 답사기를 쓰는 자신에게, 혹은 답사를 떠나는 독자에게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을 던졌다. ‘답사기’ 일본편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