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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음

<원자력 프로파간다>




최근 일본 온타케산(御嶽山) 분화를 계기로 아베 신조 정권이 강행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뒤 원전 문제는 일본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으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기사 읽기 >>“화산 주변 재가동 철회를” 일본 잠자던 ‘탈 원전’ 논의도 다시 분출)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하청업체 직원 니이쓰마 히데아키는 원전 사고 이후 삶의 기반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했다. 그의 조모와 부모, 4형제가 함께 살던 대가족은 사고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한국 원전의 연이은 오작동과 정지 조치에 대해 니이쓰마는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니이쓰마는 “작은 사고들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징후”라며 “작은 사고를 수습했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읽기>>“한국 원전 잇단 오작동·정지 조치 등 작은 사고들 큰 사고 가능성의 징후”



<원자력 프로파간다>(클, 2014)는 광고대행사에서 18년간 근무한 혼마 류가 전력회사(혹은 일본 정부)의 미디어통제를 통한 원전 프로파간다를 사례를 통해 설명한 책이다.  (책 소개 기사 읽기>> [책과 삶]일본인들의 눈을 가린 교묘한 원전 홍보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원전에 대한 안전 신화를 만들고, 원전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세뇌해왔다는 증거로서 다양한 사레가 등장한다. 일부 광고의 문구눈 "허위 사실"이었고, 많은 출연료를 지불하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했다. '의견 광고'인 경우에도 마치 객관성을 확보한 기사처럼 언론 매체에 등장했다. 반대 의견 광고가 나설 자리는 자본력 앞에서 무력해졌고, 광고 수익이 절대적인 언론사들은 자발적인 침묵에 가까웠다. 아래는 책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일본 원전 추진은 국책이어서 정부를 정점으로 하는 원전 추진 세력은 일찍이 이를 홍보하는 데 매진/1970년대부터 부지런히 여러 미디어를 통해 원전의 안전성, 필요성을 설파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1979.03.28)와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04.26)이 터졌지만 그때마다 홍보를 강화해 원전의 위험성을 다루는 비판 보도를 억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원전 추진에 대한 국민 지지가 59.8%에 이르렀으며, 현상 유지 의견(18.8%)을 포함하면 약 80%에 이르는 비율이 국가의 원전 추진 정책을 지지(일본 내각부 자료, 2009)


-저자가 뽑은 최악의 허위 광고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 “원전은 절대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방사능은 절대로 밖으로 누출되지 않는다” “원전은 안전하며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런 문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사라졌다고 한다.)

-또한 “원전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일본에서 생산하는 순 국산 에이너지”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 “원전은 재활용이 가능하며 값싼 에너지” 등의 구호를 자주 사용했다.

-광고비 2000년대 연 300억~500억엔(도쿄전력과 전기사업연합회 보급개발관계비의 합계)에 달했다.



하지만,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런 광고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음. 신규 광고 정지는 물론이고 각 매체의 광고 아카이브, 원자력 이익집단 소속 회사 단체 등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과거 광고 작품도 모두 삭제,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도 삭제 요청 등 철저한 애도를 취함. (책의 저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한다.)


원자력 광고의 힘의 원천은 기초자금이 전부 전기요금에서 ‘총괄원가방식’으로 공출. 일반적으로 기업의 광고 예산은 그 기업의 제품 매출에서 나오는 이익에서 잡게 되지만 원전 광고 예산은 전기 요금이 상승하면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사실상 상한선이 없음. 도쿄전력의 광고비에 해당하는 보급개발관계비는 1965년 7억6000만엔에서 2010년 269억엔까지 늘어남.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9개 전력회사가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2년 동안 2조4000억엔이 넘는 보급개발관계비(광고선전비)를 지출. 릿쿄대학 스나카와 히로요시 준교수(미디어사회학과)는 “광고비가 급증했던 시기부터는 많은 광고비를 투여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켜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에 주목하지 못하레 하려는 의도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보급개발관계비는 전기요금의 일부이며 각 전력회사가 이용자에게 실태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미디어 측도 원자력 보도를 금기시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자체 검증이 요구된다”고 말함. 보급개발관계비 이외에도 판매촉진비 등도 있음.


-1988년5월30일자 요미우리신문 광고

“원자력발전은 일본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세한 곳까지 충분히 주의하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1974년 8월6일자 아사히신문 10단 광고, 일본원자력문화진흥재단

14회 시리즈로, 원자력에 대한 전문가 질의응답 형식. 1975년 7월26일  ‘원자력발전의 안전 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서 미국 전력연구소 소장 촌시 스타가 등장 “플루토늄과 방사성 폐기물이 문제가 되지만 기술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언급하지만, 이 문제는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고 플루토늄 관리와 방사성 폐기물 최종처리장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음.


사고가 증가할 때마다 광고비도 증가. 다음은 주요한 원전 사고.

1979년 3월28일 스리마일 섬 사고 -레벨 5

1986년 4월26일 체르노빌 사고 - 레벨 7

1995년 12월8일 고속증식로 몬주 나트륨 누출사고 (15년간 운전 정지)

1999년 9월30일 도카이무라 JCO 임계 사고 -레벨 4

2002년 8월29일 도쿄전력 원전 고장 은폐 발각

2004년 8월 9일 간사이전력 미하마 3호기 배관 파손 사고

2007년 7월16일 도쿄전력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사고

2011년 3월11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레벨 7


신문 아카하타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1986년 126억엔이었던 도쿄전력 보급개발관계비가 이듬해 150억엔으로 증가, 1988년엔 180억엔, 1989년엔 200억엔 돌파. 1990년 224억엔으로 증가. 원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은폐하려던 시도가 발각되기 전해인 2001년에는 239억엔이었던 예산이 2002년에는 사고 은폐 여파로 203억엔으로 감소, 이듬해에는 213억엔으로 약간 증가. 관심이 줄어들자 2004년엔 268억에으로 증가. 2005년엔 293억엔으로 사상 최고를 경신. 잃어버린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뿌림. 



원전 광고의 목적

1. 국민 세뇌

예)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지 않는다’는 문구로 선전 → ‘원전 발전시’에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발전에 수반되는 갈 곳 없는 대량의 바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도 청정하지 않음.

2. 미디어 회유

예) 원전 사고가 터지면 광고비가 증가, 도쿄전력이 최대 광고주로 부상. 미디어는 광고주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억제하려는 경향. → 미디어 자체적인 규제를 이끌어냄. 


다양한 광고 전략들

1990년대 이후 ‘원자력 문화인’ 육성

원자력 추진파 단체 형성

반대파에 토론회 제안

책 출간


“의견광고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는 반론권이 제도화돼 있습니다. 반론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면, 돈이 있는 쪽의 의견만이 일방적으로 광고가 됩니다.” 


2008년 원전이 ‘깨끗’하다는 표현에 의문을 품은 사람이 일본광고심사기구(JARO)에 이의제기를 함. 이에 ‘원자력발전에 깨끗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재정.


일본 원전 광고의 역사

·1970년대-원자력 광고의 여명기 : 오일쇼크를 경험하면서 천연자원이 부족한 일본에는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전력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조돼 있고 제대로 컨트롤 한다면 안전한 시스템이라는 계몽적인 내용의 광고가 다수.

·1980년대-원자력 광고의 발전기 : 표제에 ‘안전’ ‘안심’ ‘에너지의 3분의 1은 원자력’ 등의 말을 자주 사용.

·1990년대-원자력 광고의 완성기 : 독자 의견 모집, 어린이 대상 광고, 안내전화 설치 등 적극적인 홍보.

·2000년대-원자력 광고의 난숙기 : 2002년 도쿄전력 원전 문제 은폐 사건 때문에 정체됐다가, ‘지구온난화 방지’ 분위기에 편승해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선전문구 사용.


*원전에 대한 홍보 문구를 찾아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원전 홍보를 위한 문구는 2000년대 일본의 원전 홍보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이런한 문구들에 허위나 과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문구는 국민들이 쉽게 접하는 반면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측의 '반대 의견'이 설 자리는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등 한국의 '원전 프로파간다'도 점검해볼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