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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자오 7번지’



잔잔하면서 유쾌한 멜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대만 영화 <하이자오 7번지>를 추천하게 될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스토리 구성과 인물 캐릭터들이 나온다. 너무 전형적인 영화인데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다. 2010년 국내 개봉한 <하이자오 7번지>는 대만에서 큰 흥행을 거둬, 국내에서도 흥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그렇지는 못했다. (문화적 감수성의 차이일까). 너무 진지할 필요도 없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대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tvN <꽃보다 할배>에서 대만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대만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고 들었다. 대만에서 맛거리, 볼거리, 음악 등등도 인기라고. 그러나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영화도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티켓이다. 이 영화에선 또다른 대만영화 <청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풋풋하고 신선한 매력은 없었다. 이 영화는 대만 남부 해안가의 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와 60년 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 그리고 이 지역에서의 음악회를 위한 밴드 결성으로 만나게 된 새로운 연인의 이야기 등이 큰 줄기를 이룬다. 여자 주인공이 일본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일본인들의 잔잔한 로맨스(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리는)라는 느낌도 있다.





대강의 스토리는 이렇다. 밴드에서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록음악의 꿈을 꾸던 청년 아가(범일신 분). 어머니는 재혼을 했고, 새 아버지는 헝춘 지역의 읍장이 됐다. 아가는 우편 배달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우연히 소포 하나를 뜯게 된다. 60년 전 대만을 떠나 일본으로 가는 남자의 러브레터. "널 버리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거야"라며 망망대해를 떠나 일본으로 가는 배를 주저앉히고 싶은 남자의 애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가는 어느새 편지를 주인에게 배달하는 것도 잊은 채, 그 사랑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음악회가 열리게 되고, 아가는 일본 유명가수와의 공연을 위해 마을 사람들로 급조된 아마추어 밴드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서 만나는 여자 주인공은 행사를 돕는 일본 여성 토모코(다나카 치에). 둘은 태격하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헝춘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민 5명이 밴드에 동참한 뒤 갈등과 어려움 끝에 성공적인 공연을 마무리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가는 수십 년 동안 전달되지 못했던 한 일본인 남자의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준다. 



안타까운 건 너무 뻔한 얘기라는 거다. 뻔한 얘기지만 재밌고 색다르거나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 그래도 영화 전개가 너무 뻔하다. (아흑) 그래도 잔잔하고 유쾌한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할 수 있다. 이런 영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오히려 세상이 너무 심각하고 충격적인 반전이 있으며, 슬픔과 괴로움이 무겁게 느껴질 때, 그저 이웃과도 아웅다웅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고 조화를 이뤄서 뭔가를 만들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질 때' 말이다.



방황하는 청년 아가의 캐릭터, 우왕좌왕 허둥대지만 이쁘고 착한 토모코의 캐릭터. 어딘가 모자라지만 그래서 서로 아웅다웅하지만 결국엔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주민들의 캐릭터. 이런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이끌지만, 영화 전체의 스토리엔 그 남자의 편지가 있다. 이 편지엔 사랑이 있고, 아련함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식 러브레터.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다. 한 사람을 그 만큼 그리워해본 적이 있을까.









"지금 이 배를 지나는 송어에게 내 그리움을 함께 보낼게. 너의 아버지가 송어를 잡아서 네가 맛보게 되길 바라. 나의 그리움을 느낄 수 있을거야"



(+)

참고로 위덕성 감독의 이 영화는 대만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대만 영화의 거장인 허우샤오셴과 에드워드 양과 같은 감독은 유럽 영화계에서 인정 받은 인물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대만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는데, <하이자오 7번지>는 달랐다. 2008년 대만 개봉 당시 '색,계'(2억6000만 대만달러)는 물론 대만 영화 최고 흥행작인 '폴리스 스토리3'(3억1000만 대만달러)의 기록을 깨고 5억3000만 대만달러(한화 약200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대만의 주요 영화제인 금마장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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